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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정령/소래포구 일몰의 소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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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27회 작성일 22-12-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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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정령/소래포구 일몰의 소론 외 1편 


정령


소래포구 일몰의 소론 외 1편 



갯벌의 하얀 소금꽃이 일몰이 지린 오줌의 흔적 아닐까

붉은 나문재가 일몰이 싸질러놓은 똥이라는데 맞을까

일순간 두 가설이 맞다 아니다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대. 


빈 소금창고 안 가설을 입증할 만한 뭐가 있나 몰두할 때, 

풍차의 바람을 탄 솔깃한 변론이 갈대숲 어귀에서 나왔어. 

일몰의 엉덩이에서 붉은 나문재의 똥들이 똑 떨어지더라.

하얀 소금꽃은 일몰이 지린 오줌으로 된 것이라 하더라.


조용히 밀려오던 해거름이 고개를 끄덕였대.

하얀 소금꽃의 흔적을 가리고 붉게 장식하면서.

나문재나 소금꽃이나 한 통속 하늘이 행한 일.


증거인멸의 속절없는 가래질로 멈춰버린 수차가 유구무언

긍정의 표를 던지는 순간 대답은 일괄 명료해졌대.

하얀 소금꽃은 오줌 흔적이 맞다 붉은 나문재도 똥이 맞다 

까맣게 속이 타버린 소금창고의 대답도 유구무언 

그저 세월만 아는 일로 꾹 도장을 찍었대.


바로 그 때, 소란했던 소래포구의 일몰이 철푸덕 앉아 

꾹 참았다 싸놓은 붉은 똥 주변으로 똥똥거리며 벌겋게 

웃던 나문재며 소금꽃을 본 이는 관음증 걸린 아무개였대. 





묻지 않아도 아는 일



치매라는 엉성한 녀석들이 소설 같은 세상사를 아무 거리낌 없이 묶어두고는 조상님의 선물이라며 던져주더래.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남동생 형제를 데리고 애보기로 부엌데기로 살다가, 버팀 목이 되어 만난 남편과 홀시어머니 시동생 시누이들과 단칸방에서 복작거리며 옹골차고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린 거며, 날마다 빈 솥바닥을 박박 긁어가면서 손발이 닳고 뼈마디가 으스러지도록 바람 잘 날 없는 육남매를 허리 펼 줄 모르고 키운 일까지. 


 그런 집안에 얼마나 사설이 많았을까 

 묻지 않아도 안대. 

 기억나지 않아도 기억한대. 

 그러니 이제는 편히 지내라, 하고.  




*정령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연꽃홍수』, 『크크라는 갑』, 『나비야, 자자』.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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