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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연안/매립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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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연안/매립장 외 1편
김연안
매립장 외 1편
찬바람 일고 먼지 날리는
십이월은 창백한 달
얼어붙은 땅바닥에
환멸과 비애가 뒤틀린
가랑잎이 나뒹군다
한때 불볕 아래서 우리는 결실을 꿈꾸었다
잔디는 우거지고 나무는 푸르렀다
비탈에 서서 구름으로 갈증을 달랬으니,
어디에 소나기는 내리는가?
헐뜯는 자는 누구이며,
차디찬 쓰레기 더미에서
어떤 꽃이 피어나는가? 취한 자여!
그곳엔 바람이 불지만,
부러진 나무는 막지 못하고
돌덩이는 소리를 내지 못하지,
이곳 안에만 소리가 있지
이 구덩이 속으로 들어오라
끌려다니는 그림자와 달리
나는 당신에게
한 줌의 티끌 속에서
차가운 슬픔을 보여주겠소.
담벼락
좀비의 세상에서
쉬지 않고 쓰다듬네
창백하게 눈동자 위로 치켜든 삶을,
갈라진 시멘트 벽 틈새로
도둑맞은 사랑과 자유를 훔쳐볼 뿐,
담벼락 두른 영욕의 우리 안에서
별과 달을 잃고
눈뜬장님으로 사네
서지도 눕지도 앉을 수도 없고
고요마저 없는 곳
마른 천둥소리만 잇따라 울릴 뿐,
조용히 혼자 있을 수도 없네
벌어진 틈으로 들여다보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들이
썩은 이빨 드러내고
비웃고 으르렁거릴 뿐.
*김연안 2015년 《시와사람》으로 시, 《시에》로 수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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