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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전순복/씨 옥수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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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전순복/씨 옥수수 외 1편
전순복
씨 옥수수 외 1편
봄을 기다리는 것들은 궁핍하다
수염도 겉옷도 벗어버린 채
벌집처럼 매달려 겨울을 견디는
새소리와 뭉게구름, 소나기와 천둥소리가 들어있는
저 조밀한 알갱이
혹독한 계절을 건너는 방법은
서로 껴안으며 기다리는 일뿐이라는
봄의 약속을 믿는 저 단단한 결기
바람이 차가울수록 희망은 더 선명해지는 법
동면에 들어간 저 봄의 씨앗들
꽃봉오리 기지개 켤 무렵
슬몃슬몃 눈을 떠
갈무리했던 계절을 풀어낼 것이다
파르라니 새벽
밤새 누가 벼려놓았나
헛기침 소리에도 쩍, 금이 갈 것 같은 고요
붕새처럼 심해와 하늘을 밤새 날아다니다
어지러운 미로에서 빠져나오면
밤은, 어둠을 탈곡해서 아침을 지어놓았다
새벽이 지은 안개를 모락모락 피어 올리는 저수지
물안개로 다시 태어나는
도돌이표 물방울이
새벽의 빗장을 열고 수면 위로 빠져나온다
*전순복 2015년 《시와소금》 시 등단. 만다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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