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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영진/염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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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71회 작성일 22-12-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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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김영진/염문 외 1편 


김영진


염문 외 1편



뜨겁게 바람이 분다는 것은 시간도 뜨겁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연초록 바람이 붉게 변하는 것은 환상통 앓고 나서 찾아오는 일이다.


숲은 아무 죄가 없다. 사랑의 자리만 펼쳤을 뿐이다. 

당신과 나의 염문이 감나무에 걸려 휘날릴 때 달달한 꿀이 떨어진다.


이 강에 안개가 걷히면 염문을 물고 다니는 새가 나타났다.

염문이 잔잔히 숨어들면 이 강에 안개가 다시 깔리곤 했다.


먼 옛날 해와 달의 염문이 풍문으로 돌았을 때, 

별들의 한숨으로 생긴 수중기가 안개로 변했다지.


해와 달이 시간의 상실로 서로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염문이 꽃바람에 휘날리면, 

숲속의 볼 살에 연분홍색이 돌았다.





검붉은 단풍



산에다 뿌린 심장의 핏물에 칼을 씻는구나

어제밤 사랑했던 목련꽃 브라자 가슴 드러냈느냐


그년 예쁘게 속옷 물들인 꽃단풍 십일월에

검붉게 사랑이 찾아올까 몸치장 하는구나

 

새들은 면면히 내려오는 습관으로 쪼아대자

나뭇잎이 피를 흘려 물들었다 여긴다는구나


전등사의 배경으로 하얀 순록의 뿔 같은 바람 타고

새들은 북쪽으로 시베리아 쪽으로 날아오르는구나


강화도 갯벌에 찍힌 새의 팔만대장경을 사랑 때문에

새들은 일생동안 다 읽지도 못하고 죽는다는구나


잊혀져가는 계절에 검붉은 단풍 자세히 바라보면

사랑은 맹목적이라 쓰여 있다.





*김영진 2017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아라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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