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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박미경/에움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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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84회 작성일 22-12-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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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박미경/에움길 외 1편 


박미경


에움길 외 1편



폭설 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겟작대기 같은 두 다리를 떨며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아직은 요양원에 보낼 수 없다며 순 헛말로 둘러대고 버티다 군위 표지판 보이지 않게 빙 돌아가는 차 안 한숨과 틀니 부딪치는 소리가 간간이 났다 뜩 뜩 뜩 뜩 틀니 부딪치는 소리는 분노를 삼키는 아버지식 언어였지만 그 말을 외면하며 사탕을 건넸다 스물서넛 작은 마을들을 지나 팔공산 자락 요양원에 도착하니 싸락눈 쳤다 


아버지의 몸에서 죽은 송아지 냄새가 났다 애지중지 아끼던 소가 다리 하나 없는 새끼를 낳았을 때 아버지는 불쌍타며 외양간에 몸을 담고 송아지 다리 꼭꼭 만지며 어미젖을 먹인 적 있었다 그러다 며칠 뒤 새벽 일어서지 못하는 송아지를 보이지 않게 담요에 둘둘 싸안고 고뇌와 함께 지게에 얹어 산으로 올라갔다 그 오래된 고뇌의 마지막 결단 오늘 다시 보았다 싸락눈 얼굴에 닿자 내 몸에서도 죽은 송아지 냄새가 났다 


바람이 울었다





욕쟁이의 호적



노쇠한 흙담이 집을 꼭 끌어안고 있었지

집은 울분을 삭이는 그 집 며느리 같았지

병색 짙은 아들 기침 소리

염소 울음만 담 구멍으로 흘러나왔지

페인트칠이 벗겨진 초록 대문 밀고 들어가 

염소가 몇 마리인지 세고 싶었어

집 옆 돌계단 딛고 내려가면 빨래터 있었지

하얀 모시 저고리 금니  

그이 눈빛은 예사 기세가 아니었어

아들 혼절했다가 깨어난 뒤

밭둑에서

육두문자 며느리에게 퍼부어댔지 

여든, 베개를 업고 우물을 들여다보고 욕했지

그렇게 욕해대고도 

풀리지 않는 마음으로 그이, 세상을 떠났지





*박미경 2017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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