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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이혜정/저, 분홍의 허공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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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이혜정/저, 분홍의 허공 외 1편
이혜정
저, 분홍의 허공 외 1편
바람의 전언을 무엇으로 해석했을까
물의 무늬를 찍어 바르고
고목이 되어가는 석촌 호수가의 왕벚나무
잠시 만난 인연들에게
하르르 하르르
꽃비로 인사한다
깊은 서랍이 열리기 전에
아무 미련 없다는 듯
훌쩍 떠나는 꽃잎들
나보고는 찐득한 눈물을 내놓으란다
쿡쿡 찌르는 슬픔
출렁이는 난해한 불빛들
꽃잎으로 풀어내는 사연들이
사월의 담장을 넘고 있다
새들
짹짹 지지배배
봄이 오는 길목이 유난히 시끄럽다
촛불을 보러 갈까
태극기를 보러 갈까
정보교환에 격정을 토해낸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님 어깨에 앉았는데
눈에 불을 뿜어 내시고
갑옷이 들썩이셨어”
“세종대왕님은?”
“모두의 촛불에 민심은 보이나
진심은 보이지 않는 구나
통탄스럽다”
짹짹 지지배배
완성으로 가야 하는 세상의 모든 아픔
세월이 지고간다
돌고 돌아가는
계절의 톱니바퀴
아랑곳없이
꽃들은 피어나고
오렌지는 열릴 것이다
*이혜정 2018년 《월간 문학》으로 등단. 작품집 『금산 보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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