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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최해돈/성소聖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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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4,614회 작성일 14-03-04 10:52

본문

최해돈 성소聖所 외 1편

 

 

방안에서 체육복을 갈아입다가

고요가 흐르는 방에 내 몸을 송두리째 맡기다가

쨍그랑,

방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몇 바퀴를 신나게 돌다가

우주의 한 공간에 푹, 꺼진

100원짜리 동전을 본다

 

그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에게 통용되는 그 무엇이다

그는 슬픔과 기쁨의 사이를 넘나드는 긴 생이다

 

그를 보면서 근검과 절약을 알게 되었고

그를 보면서 살아온 살아갈 나를 발견한다

 

체육복 주머니 속을 거쳐 방안까지 겁도 없이 쳐들어온

그는

 

훈훈함을 건네주는 후원자다

어렵고 힘들 때 미동조차 없는 인간 승리자다

하루를 살면서 묵언 수행하는 하느님이다

 

나는 오늘

하루를 사는 무엇이며 무엇이 되고자 움직이는가

 

당신은 오늘

하루를 사는 무엇이며 무엇이 되고자 움직이는가

 

100원짜리 동전이 편안히 누워있는 저 좁은 성소에

환하게 떠오르는 푸른 빛

 

 

 

 

 

당신과 나는 구부러진 등뼈였다

 

 

흘러가는 것 속에 긴 잠이 있다

흘러가는 것 속에 기쁨이 살아 꿈틀거린다

흘러가는 것 속에 사랑의 잔뿌리가 흔들린다

 

어쩌면

당신과 나는, 세월 저편으로 가는 구부러진 등뼈

 

한때는 건널목을 굴러가는 큰 바퀴가 되고 싶었다

한때는 행간에 있는 굵고 큰 글씨가 되고 싶었다

한때는 슬픔을 씻어주는 작은 물방울이 되고 싶었다

 

다소 부드러운 오늘이, 바람 속에 잘 비벼지고 있다

당신과 나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먼 길을 동행하면서 가슴에 나무 한 그루를 키웠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천둥 번개가 치고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가곤 했다. 나무는 물이 없어도 긴 세월을 잘도 자랐나니

 

당신과 나는

 

12월의 등뼈

오후를 걸어가는 등뼈

설렘과 기다림을 반복하는 등뼈

 

저 멀리서 기차가 이쪽으로 경적을 울리며 달려오고 있을 때

흩어졌던 기억의 알갱이가 모여 새로운 등뼈가 되었다

 

그러니까

세월 속에, 세월이 되어, 세월처럼 사는, 당신과 나는

구부러진 등뼈

 

최해돈∙충주 출생. 2010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시집 밤에 온 편지, 기다림으로 따스했던 우리는 가고, 아침 6시 45분. 황금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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