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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윤인자/몸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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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816회 작성일 14-03-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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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몸살 외 1편

 

 

탁상시계의 알람멘트를 더듬거려 끄고

다시 잠에 빠진다.

 

한 나절을 자고 나도 온몸이 천 근 만 근

물먹은 솜이다.

 

사방에 흩어져 살다가 모인 대가족

모처럼 이박삼일은 대단했다.

 

과수원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온 그가

밥이나 먹고 자라며 밥상을 차려온다.

 

까치가 자기 집이라 우길 것 같은 머리

쾡한 눈에 누렇다 못해 창백한 얼굴

 

머리에 꽃 하나 꽂으면 영락없는 미친 여자

거울 속에서 정신 나간 여자가 히죽 웃는다

 

 

 

 

 

저녁 풍경

 

 

채전 밭 가신 어머니 아직인데

어둠이 문지방을 넘는다

하루 종일 도열 중인 가로등도

수면 부족으로 자꾸 깜빡거린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제트기는 하얀 길을 내며 미끄러져 가고

대문 앞 백구는 어둠을 사료처럼 먹고 있다

목이 맨 듯 컹컹대며 먹고 있다

어둠은 점점 안방까지 쳐들어오는데

뱃속에서는 쪼르륵

다이얼도 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노동 마치고 한 잔 걸친 아버지는

푸푸 쉰 술 냄새로 방안을 채운다

 

윤인자∙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에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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