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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윤인자/몸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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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자/몸살 외 1편
탁상시계의 알람멘트를 더듬거려 끄고
다시 잠에 빠진다.
한 나절을 자고 나도 온몸이 천 근 만 근
물먹은 솜이다.
사방에 흩어져 살다가 모인 대가족
모처럼 이박삼일은 대단했다.
과수원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온 그가
밥이나 먹고 자라며 밥상을 차려온다.
까치가 자기 집이라 우길 것 같은 머리
쾡한 눈에 누렇다 못해 창백한 얼굴
머리에 꽃 하나 꽂으면 영락없는 미친 여자
거울 속에서 정신 나간 여자가 히죽 웃는다
저녁 풍경
채전 밭 가신 어머니 아직인데
어둠이 문지방을 넘는다
하루 종일 도열 중인 가로등도
수면 부족으로 자꾸 깜빡거린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제트기는 하얀 길을 내며 미끄러져 가고
대문 앞 백구는 어둠을 사료처럼 먹고 있다
목이 맨 듯 컹컹대며 먹고 있다
어둠은 점점 안방까지 쳐들어오는데
뱃속에서는 쪼르륵
다이얼도 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노동 마치고 한 잔 걸친 아버지는
푸푸 쉰 술 냄새로 방안을 채운다
윤인자∙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에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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