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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이담하/밥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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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하/밥줄 외 1편
그곳을 검사받는 동안
몽환의 구역에 있어야 한다
깊이 들어갈수록 컴컴한 곳, 맨 정신으로 볼 수 없는 곳, 내 밥통이지만 구역질나는 볼록 주머니.
마우스피스를 물고 모로 누운 자세에서 가물거리는 지금은 나를 잊거나 잃어버리기 딱 좋은 시기, 주차장에서 본 햇무리도 평면의 옥상 위에서 몽환의 구역으로 넘어 가겠지.
밥줄은 철저하게 공복이 되어야만 샅샅이 뒤질 수 있다. 잠깐 잠들은 사이 아무것도 쌓아두지 않고 비워낸 것을 더 의심하여 엊저녁에 흡수된 일몰의 시간까지 뻐근하게 훑을 것이다.
위胃는 스스로 헐어가는 곳은 보지 못한다. 몇 년에 한 번씩 몽환의 잠을 자고 일어나도 그대로인 세상, 몇 번씩 떨어졌다가 간신히 붙은 밥줄을 걸고 다녀보지만 그때마다 밥줄을 통과하는 허기는 찾지 못한다.
불규칙이 규칙으로 정착된 밥줄
온갖 염증이 붙어있을 것 같은 위胃, 깊이 들어갈수록 전문용어처럼 구불거리는 곳, 한소끔 휘졌고 나온 밥줄은 몽환의 구역을 벗어나고 있다.
가결可決
텔레비전 속에선 가결의 순간에 우르르 몰려드는 당파들
햇빛이 무비자로 첨벙거리는 포구, 수변水邊의 물거리*가 몸을 비벼 가결의 유무를 점치는 이곳을 어떤 이는 구멍이라 하고, 어떤 이는 접촉이라고 하는 이견異見이 출렁이는 곳, 밀려갔다 밀려오는 곳.
쇠기러기 한 마리가 새 떼들을 날아오르게 한다
물속으로 돌 하나 던지면 퐁, 할 뿐인데 일제히 흩어지는 물고기 산발치 작은 산들을 뒤적여 놓고 미역줄기처럼 날아가는 까만 새 떼들. 지금까지 의사봉으로 두드리거나 두 손이 부딪쳐야만 되는 줄 알았던 가결은 날아오르는 새 떼나 흩어지는 물고기들.
일시에 흩어지는 불안의 가결
계절을 익힌 철새들이 물의 낯을 차고 소리의 모양으로 날아오른다.
박수는 공기의 죽음. 결정의 순간 차고 오르는 새나 흩어지는 물고기는 화들짝 놀라는 멍이 슬고 있다. 박수 속에 공존하는 비상과 착지.
늘 몇 줄로 남거나 몇 줄로 날아오르는 날개들의 가결
*물거리-부러뜨려서 땔 수 있는 싸리 따위의 잡목가지로 된 땔나무.
이담하∙강원 홍천 출생, 2011년 ≪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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