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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이민정/봄을 건축하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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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봄을 건축하다 외 1편
이른 아침 나뭇가지 하나 투둑 떨어졌다
어제는 햇살 아래 몸 사르고
마른 잎사귀 잡으려 안간힘 쓰다
그믐밤 돼 버렸다
땅 위에 내려놓는 나무의 팔과 다리
처적처적 척척척
까치도 연일 다른 목소리로 운다
잘라내지 못한 시간
가위질 소리 내며 흩어진다
척척척 처적처적
明淨의 겨울하늘 받치고 있던 까치집
좌우로 흔들린다 처적처적 척척척
마를 대로 마른 가지 순식간에 들어
올려야한다 수·만·번의 들어 올림
쌓고 쌓이는 나무의 팔과 다리
치닫고 일어서는 날갯짓 옛 기억
보내버려야 들어 올릴 수 있다
비상의 순간이다
시간이여 시간이여 옛 시간들이여
세상 곳곳에 守歲의 행렬 뒤 따라온다
비로소 목 터져 나오는 까치의 외침
다시 세워지는 오색의 세계
흔들려도 흔들려도 견고하게 자리잡은
동그란 까치집 안의 튼실한 시간들
햇살 더디 기울게 하는 기쁜 목소리
깍깍 까악까악 까아악
드러나는 도래샘 같은 해시계 설계도
황태덕장
지난여름 바닷가
못생긴 조가비 들창에 두고
쪽빛보다 고운
가을 햇살 잡아두었네
대관령에선
저기 홋이불 쓰고 들어오는
달님도 파도 소리 따라
어망으로 자맥질 하네
고개숙인 雪山
담장 높이로 그녀를 보내고
마지막 남은 가슴 한쪽
꺼내려다 기침도 못하고 서있네
망망대해 푸르러 푸르러
깊어짐에 동그랗게 눈뜬
황태는 하회탈 쓰고
마주하라 마주하라 이르고
때늦지 않은 소식
여전히 흥겨운 일이라
한순간에도 동강 지천은
풍겨오는 무슨 소리
분명 듣고 흐르네
이민정∙2011년 ≪시현실≫로 등단. 가천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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