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49호(봄호)신작시/심우기/뼈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심우기/뼈 외 1편
축 처진 살덩이는 뼈의 집이다
낡은 연골과 근육이 뼈 몇 조각에 걸쳐 있다
뼈는 어쩔 수 없이 뼈대만 잡아간다
간혹 침대에 누워
꺼진 살 속에서 뼈를 찾는다
옆구리 깊숙이 잡히는 늑골의 뼈 한 토막을 만지작거리며
뼈와 나와의 거리를 가늠한다
너무 깊숙이 잡히는 거리는 어둡다
부랄 두 쪽 밑을 훑으며 음흉한 냄새에 젖었다가
햇살에 말린 일 없는 기억이 아득하다
물렁뼈의 가죽처럼 일어서본 적 없는 나는
언제 반란을 꿈꿀 수 있겠는가
가을 이슬이 풀잎의 날을 갈고 있을 때
그들의 발기를 무작정 발로 밟기에는 날카롭다
꺾여도 일어서는 풀등
조각난 뼈를 다시 세우는 저 징그러운 악착은
生을 입에 질끈 물고
해수 위로 올라와 토해내는 해녀의 거친 숨비소리다
햇볕에 그을리고 흙에 치이며 바람에 살이 까인다
단단한 하나의 씨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한 번 동강난 뼈를 더듬는다
스타카토가 있는 밤
늘어진 밤이 싫다
어둠의 맛이 싱거워
밤을 짧게 끊어 치라는 이야기지
손목을 고정하고 할퀴듯이 밤을 긁어
손가락만으로 연주하려면 밤이 길어
더욱 졸려질 거야
긴긴 밤
후다닥 달려가는 별똥별
부리나케 돌아가는 별
리듬이 생겨나고 있어
신나지 않아
주법을 달리해봐 현을 튕겨봐
밤의 포인트
악센트가 있는 밤
밤하늘 스타카토
밤 별 악센트
짧게 더 짧게
눈을 뜨면 새벽인 밤
심우기∙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 경원대 강사.
추천0
- 이전글49호(봄호)신작시/신운영/달팽이 사육기 외 1편 14.03.04
- 다음글49호(봄호)신작시/천융희/에스컬레이터의 기법 외 1편 14.03.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