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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이상협/불편한 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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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불편한 꽃 외 1편
꽃은 막다르고
매번 붉고
무수한 조울의 끝장을
바람은 흔든다
새겨둔다
잊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모자란 햇빛을 쥐어짜며
한 잎 두 잎
흔들리는 진료 기록부
치매 노인 유서처럼 나무는
자신이 기억날 때마다 손등을 붉게 긋는다
달에서 펄럭이는 깃발처럼
몸을 뒤튼다 4월에
버릴 것은 힘이며 힘겨움이야
꽃이 죽지 않고 열매가 달린다
잎사귀 시푸른 채로 겨울이 왔다
백야의 질린 해처럼
싫증의 무렵
반가운
청첩장을 받았다
여행 도감
부른 이름들이 오래
부를 이름들로 바뀌고 있다
어느 날의 기록부터
무덤 위를 지날 때마다 거칠게 골격을 바꾸는 구름들
막 다다른 막다름이 있고
국제구름도감엔 거친물결모양구름이 추가되었다
가장 독하게 울 수 있는 방향으로,
여행지란 자주 지명이 바뀌는 곳
여행 도감을 쓴다
해가 없는 여행지에 관해
어느 날의 기록부터
길이 구조를 바꾸고 있다
제목 없는 발자국들이 쌓여간다 햇빛을 지우고도
간신히 그림자인 그림자들
오래 부르는 일은 오래 불리는 일보다 무서울까
지도를 펴고 너머만 훔쳐보는 저녁이다
발달하는 여행용 지문들
저녁 색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미안해지고
흰 장갑을 끼웠다
이상협∙201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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