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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조연수/플라타너스 아래 달팽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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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792회 작성일 14-03-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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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수/플라타너스 아래 달팽이 외 1편

 

 

지루함이 자라고 있는 거리

공식적인 보도가 없는 사건사고를 읽고

누런 얼룩을 퍼올린다

아직, 가지 않은 비 때문에

아직, 오지 않은 어둠 때문에

물기 젖은 가지는

건조하게 말라가는 달팽이 풀어놓고

버즘 번지는 몸통 위로

뒤집히는 나뭇잎들이 소란스럽다

집요함이 넘쳐 사랑이 된다는 거

약속되지 않은 고달픔이 오히려 찬란하다고 말하는

가지에 매달린 허공 떠돌던 소문들

달팽이 등으로 떨어진다

등이 한껏 두툼하게 부풀어 올라

단단하게 굳어간다

읽지 못하는 소리는 보도블럭 위를 굴러 뿔뿔이 흩어졌다

 

눈물의 속도로 달려가는 달팽이

기울어진 한 쪽 어깨가 닳고 있다

비스듬한 등이 친근하게

아직, 플라타너스 아래

 

 

 

 

아마, 토마토

 

 

토마토즙 흘러내리는 식탁에 앉아있었어 달콤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았지 처음부터 그걸 먹으려는 의도는 없었어 여튼,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 거야 식탁에서 흘러내리는 토마토즙 기억하겠지만 첫 만남은 갓 연두를 벗어난 붉은 짭짤이 토마토 울룩불룩 포즈로 접시에 담겨 있었어 연애의 시작은 이런 거였지 붉지 않아도 붉게 터질 거라고 상상하는,

 

그래도 토마토였기 때문일 꺼야

 

토마토즙 흐르는 식탁 위로 날카로운 발톱을 숨긴 낯선 고요가 터지는 밤이었지 식탁은 지루하게 토마토즙을 받아내고 있었거든 수많은 연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식탁에 그려진 침묵은 사각기둥이 되고 벽이 되었지 번개가 친 건 그때였어 시도 때도 없는 탱탱한 울림 적응이 안 된 내 피부는 축 늘어지고 말았어 파란 연애를 하기엔 부족한 시간,

 

짧은 문장만 남기고 시들어 가고 말았지

 

살짝 질긴 껍질을 걷어 내고 쌉싸름한 물망울들이 터지면 건강한 웃음이 시작된다는데 붉게 터지는 그게 파란 연애라고 하기엔 무언가 어설퍼 연두를 건너 붉음으로 소란스런 달빛을 맞으며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심장을 받아주기에 아직 밤이 지나지 않았지 그러저러 시간을 돌돌 말아 웅크리고 있는,

 

붉은 아마, 토마토

 

조연수∙2012년 ≪포엠포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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