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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미니서사/박금산|피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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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4,577회 작성일 14-03-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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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산|피 속도

 

 

 

인터넷에 연결, 검색창에 이렇게 입력한다. 피는 몸속에서 시속 몇 킬로미터로 흐르나요. 엔터를 치기 전, 망설인다. 답이 있을까? 에이, 없겠지. 누를까 말까.

엔터. 답이 있다. 많이. 피는 시속 216킬로미터를 달린단다. 초속 60미터란다. 어머나. 심장이 격하게 뛰면 초속 500미터로까지 속도가 높아진단다. 맙소사.

 

다시 검색창을 부른다. 다른 말을 입력한다. 피가 거꾸로 흐를 수 있나요. 엔터? 망설인다. 답이 있을까? 에이, 없겠지. 그냥 과장법으로 만들어진 문학적 표현이겠지.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그런 느낌은 있을 수 있다.

엔터. 설마가 사람 잡는다. 아주 많은 의학지식 검색 결과. 피는 거꾸로도 흐른다. 대부분이 질병으로 분류된다. 아이젠멩거 증후군에 대한 설명글을 읽는다. 폐동맥이 막히면 온몸을 돌며 산소를 다 쓰고 들어온 정맥피가 좌심실로 넘어가서 다시 온몸으로 흩어진단다. 그 피는 온몸을 푸르게 멍들이고 점점 검은 색으로 굳힌다. 청색증의 악화.

 

아니잖아. 그건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야. 제 방향으로 흐르는 피의 색깔이 검은 빛일 뿐이지. 방향은 같잖아. 다만 나쁜 피가 도는 것일 뿐.

 

피는 방향을 거슬러 돌 수 없는 것인가. 이번에는 역류를 검색한다. 혈액 역류. 엔터. 많다, 정말 많다. 역류 질병.

다시 검색창에 입력한다. 당신에게 묻는다. 피가 초속 500미터로 거꾸로 흐르는 일이 무엇이었는가. 어젯밤.

 

박금산∙1972년 여수 출생. 2001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연작소설 <바디페인팅>.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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