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49호(봄호)신작시/김인육/빗물소나타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4,712회 작성일 14-01-21 13:03

본문

49호(겨울호)신작시/김인육/빗물소나타 외 1편

 

 

김인육

 

 

 

빗물소나타 외 1편

 

 

댓잎에 듣는 빗방울소리 듣는다

후드득 어깨를 치는 죽비소리들

맑고 투명한 소리들이 알몸으로 탄주한다

초롱초롱 알들이 깨어나

저희들의 연대를 저희들의 세계를

통통 손잡고 간다

한 세상 출렁이게 이룬다

 

누구는 눈물을 닮았다 했으나

당신은 빗물소나타

푸른 지상의 목숨들이 당신을 기다려 간절하다

둥근 영혼의 집 한 채

댓잎 위에 우주처럼 있다

생명처럼 있다

 

귀를 가진 사람아, 가만히 들어라

맑고 투명한 빗방울 소나타

시작도 끝도 없이

형상을 위한 등뼈도 없이

모든 형상이면서도 끝내 형상이 아닌

둥글고 둥근 소리

어둠을 뚫고 더욱 빛나는

저 청정한 금강의 소리들

 

스스로를 버리고

모두를 둥글게 껴안으며

하늘에서 땅까지

주룩주룩

화엄의 기둥을 세운다.

 

 

 

 

나에게

 

 

자랑스럽구나

숨 쉬는 생명의 것들아

노래를 불러라

심장이 굳기 전에

뜨거운 피 식어 싸늘해지기 전에

피보다 뜨거운 노래를 불러라

저 저주스럽도록 아름다운 별리의 순간이

마침내 네게도 오리니!

 

노래가 다하고, 너는

애락의 길을 떠나 네 별로 가리라

이제 극한으로 너는 가벼우리라

어깨 위에 짐 졌던 세상의 무게는 없으리니

그러니 울지 마라

쓸쓸한 눈빛으로 떨지 마라

너는 아름다운 여인을 두고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복 받은 놈이었다

 

그러니 부디 고독에 분노하지 말아라

울음하지 말아라

어차피 생명은 죽음에 이르는 여행

어제 저녁 아니면 오늘 오후

혹은 내일 아침에

누군가 떠났다고 하여 슬퍼할 일은 아니다

미군에 의해 그녀가 죽든

테러에 의해 미국이 죽든

배 터져 죽든 굶어죽든

부질없이 울음하지 말아라

눈물은커녕, 한숨도 쉬지 말아라

죽음은 친절하게, 너무나 평등하게 온다

마치 아침이 오거나 밤이 오듯이

너에게만 오고 그에게는 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너만 버려지는 양

분노로 소리치지 말아라

불행하다 흐느끼지도 말아라

패대기쳐진 개구리마냥

바르르 뒷다리는 더욱 떨지 말아라

 

그렇다고

산이 되겠노라

바위가 되겠노라

달관 도통한 척은 더더욱 하지 말아라

저 흙이 어제의 산이었고

저 모래가 어제의 바위였느니

사과 속의 씨만 헤아리지 말고

그 씨 속의 무한한 사과를 믿으며

쥐었던 두 손을 가만히 펴고

허공 청정이 되어라!

고요히 함허에 들어라!

 

 

 

 

 

김인육∙2000년 ≪시와생명≫으로 등단. 시집 <잘 가라, 여우>. 교단문예상 수상. 양천고 교사, 서울대 강사.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