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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전다형/접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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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겨울호)신작시/전다형/접안 외 1편
전다형
접안 외 1편
선산 고구마밭에 사람거름 내고 온 날
남은 유족들이 둘러앉았다
유품으로 물려받은 반닫이 속
골방신세 웅크린 시간을 펼쳤다
유정유정 잘 접힌 반닫이의 행간
무정무정 강물소리가 강둑에 차올랐다
젖은 걸레 마른 걸레 번갈아 흔적을 문질렀다
삐걱삐걱 반닫이 다락방에서 치워지고
열쇠 잃어버린 잠글세 우두커니 집어들다
부르다 만 후렴구 한 소절
음울음울 돌림노래 쏟아졌다
열쇠 잃은 반닫이 곁에 장손, 장남 어깨에
대들보다, 가문이다, 지워놓고
서로에게 삿대질로 노를 저었다
소나기 내리고 강둑 물 불고
남루한 나룻배는 흙탕물에 주정선,
가속도를 잡아 탄 오해가 급물살을 부추겼다
발만 동동 굴리던 육지는
달리는 물살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렇게 서로를 멀리 저어갔다
흙, 흙, 봉분 접안
서로를 껴안고 부른 돌림노래
세상에 없는 악보,
매미의 허물
문상객 모여드는 빈소
문밖까지 불, 효 울음줄기 뻗어나간다
어디든지 헐헐 날아갈 수 있겠다
겁나라, 내 허물
전다형∙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수선집 근처>. 제 12회 부산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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