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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박영기/레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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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겨울호)신작시/박영기/레일 외 1편
박영기
레일 외 1편
심장이 뛴다 네가 가까이 다가올 때 저만치 멀어져 갈 때
우리는 기찻길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하얀 교복 윗도리에 뛰는 심장을 감추고 네 팔에 내 팔을 걸고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다
레일 위에 풀어놓은 다리가 칡넝쿨처럼 뻗어나간다 풍경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다가 튕겨 제자리로 돌아가고
검은 까마귀들이 검은 가방을 들고 후두둑 떨어진다 지퍼가 열린 가방에 갇혔던 영혼이 쌀알같이 쏟아진 건널목에
금줄을 치고 차단기에 달아놓은 북어를 까마귀들이 쫀다 눈부터 쪼아 먹고 살을 발라 먹고 뼈만 남았다
뼈만 남은 정강이를 밟고 온다 온다 네가, 간다 간다
꽃 비린내
생선비늘 같은 꽃잎이 날리는 벚나무 아래 장이 선다
생선이 생선임을 잊을 때까지 살을 저민다
어육 반죽 끓는 기름솥에 뚝뚝 떨어진다
혓바닥 같은 어묵 이쑤시개로 찍어먹을 때마다
앵무새는 새장에서 다음 장날을
디스플레이, 리플레이,
고양이가 비린내 끌며 앵무새 소리 물고 간다
그깟 새소리 고양이한테 줘버리고 앵무새는
생전에 벚나무였나
펄펄펄 날아도 새가 되지 못한 벚꽃잎 바닥에 뒹굴어
비린내, 비린내, 살 비린내 난다
벚나무는 생전에 물고기였나
박영기∙경남 하동 출생. 2007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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