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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문영수/마애삼존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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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4,044회 작성일 14-01-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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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겨울호)신작시/문영수/마애삼존불 외 1편

 

 

문영수

 

 

마애삼존불* 외 1편

 

내 몸통에 미소를 찍어놓고 떠난 그를 기다린다.

내 살점을 파내 불상을 심은 그를 기다린다.

 

누군가는 길목에 은행나무를 심어놓고 은행이 되었다.

누군가는 길목에 느티나무를 심어놓고 낙엽이 되었다.

 

머리를 치켜든 나무들은 날마다 달을 쫓아가고

그림자는 점점 길어져 허공에다 자꾸 헛발질을 한다.

내 얼굴을 쓰윽 핥으면 적막한 해가 진다.

 

메두사의 발자국 소리가

어둠을 흔든다.

들린다.

골짜기를 흔들며 나를 찾아오고 있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보인다.

일천 사백 년 전에 떠난 그가

 

 

* 마애삼존불: 충남 서산시 운산면 옹현리 가야산 끝자락 수정봉 중턱암벽에 부조형식으로 6세기경 조각된 마애불. 중앙이 석가여래입상 좌측이 제화갈라보살 우측이미륵반가사유상임.

 

 

 

지금 선포산*에는

 

가지 끝을 비집고 나온

진달래꽃 봄 먹는 소리가

귀 속으로 들어앉는 오후

그 위로 눈 부릅뜬 송전탑들은 서로 줄다리기를 한다.

 

겨울을 헤치고 나와 잠시 쉬는 생강나무들이

좁쌀 같은 꽃을 매달고

온 산에 생강냄새를 퍼붓는다.

 

산 아래서는 봄쑥들이 숙덕숙덕 키를 재고

등으로 떨어지는

작은 한나절은 저녁 준비로 분분하다.

 

젊은 날은 멀리 있어서

종종걸음으로 올라오니

길은 좁고 마음만 바쁘다

오르막길엔 숨소리 거칠고

 

누군가 두고 간 신문 위로 바람 홀로 뒤척거리는 봄날

커피 한 잔에 취해 지난 봄을 추억하는 시간

소나무에 매달린 죽은 시계 속에 오늘도 사람들 눈이 들락거리다 간다.

*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산.

 

 

 

 

 

문영수∙2008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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