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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봄호)신작시/이이체/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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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겨울호)신작시/이이체/추 외 1편
이이체
추 외 1편
―수퇘지들
봄볕
우리는 낙향하는 길 위에서 분해되고 있다
인간들에게 실망했다
문살무늬
손이 잘린 수화手話
수척하게 휘어 있는
산비탈을 거슬러 올라가던 와중,
저 윗녘의 절간에서 내다버린 목어木魚를 만난다
둘레로는 물총새들이 떼로 죽어 있다
흙내가 나지 않는 퇴적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과하고 싶다
물살이 움트면
조숙한 불륜들이 넘쳐흘렀다
그렇게 병들어가는 극진한 침묵,
마유주를 뿌린 말의 피
우리는 손으로 발을 잡지 못하고
발로 손을 밟지 못한다
부디 인간을 저버리지 말아주세요
어떤 분비물들은 깨끗했다
뒤섞여도 밝았다
살생의 규격에서 벗어나는 타살
우리는 산 아래 야트막한 해변에서
물살로 주름진 범선이 들어서는 일을 되살려냈다
문득 목어의 눈동자 위로
치켜뜬 낮달이 짓무른 듯 어스름하다
채 익지 못하고 흘러버리는 달걀처럼
혼미하다
우리가 우리를 미행하는 내분內紛
그렇게 병들어서 극진한 침묵,
마유주를 뿌린 말의 피
인간들은 서로를 정신병자로밖에 보지 못한다
늪의 족속은 망각의 육친이지만,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뒤섞이는 것임을
녹슨 동전을 빨고 우는 것 같았다
음산하게 휴식하겠다
우리는 죽으면 인간이 될 것이다
業
떨어지고도 붙어 있는 쌍둥이를 낳았다
하나는 기형아였고,
다른 하나는 자라서 외국인이 되었다
쌍둥이였다
붉은 물이 흐르는 강기슭에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끊어버렸던 탯줄을 돌려받았다
장갑을 끼우고 식사하는 풍습
서로 떨어지지 못한 채 남이 되어버린
자석들이 그악스럽게 울고 있었다
외국인의 자손들을 예감하고
몸을 웅크려 모진 귀양을 견뎠다
역설이 부화되었다
긴 시간, 타액을 먹지 못한 몸뚱어리가
마르게 웃었다
불에도 타지 않는 시선은
손가락들로 다급히 차가워졌다
살을 짚어 만나는 핏줄처럼 그리워하는
쌍둥이의 자력磁力
쾌락도 자꾸 누리니 썩었다
비루해졌다
손바닥과 발바닥마다 분방하게 그려진
문신이 쌍둥이를 간지럽혔다
털 한 가닥 잡히지 않아서
뒤엉킬 수밖에 없는 살덩어리들처럼
자궁,
폐가들이 모여 사는 폐허
누군가, 오래 살게 되는 병에 걸렸다
이이체∙1988년 충북 청주 출생. 2008년 ≪현대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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