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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양문규/구절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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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외 1편
환한 하늘이 꽃을 내리는가
천둥 번개 울다 간
천태산 여여산방
소담하게
꽃이 열린다
햇살, 햇살이
가장 환장하게 빛날 때
저 스스로 꽃을 던져
몸을 내려놓는
그 꽃무늬를
핥고 빠는 벌과 나비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 들여다보는데
미루나무 이파리 우수수
허공을 날며
돌아갈 곳이 어딘가 묻는다
월유봉 간다
안갯속을 한 아이가 미끄러지듯 걸어간다
귀가 없다
눈이 없다
손과 발이 없다
몸속에 하얀 달빛이 들어차 있는 것인가
가느다란 갈비뼈가 물결을 이룬다
귀가 맑다
눈이 밝다
손발이 부시다
깊다랗게 생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둥근 숨소리 들으러
늦은 가을밤 월유봉 간다
양문규∙충북 영동 출생. 1989년 ≪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등. 현재 계간 ≪시에≫ 편집주간,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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