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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ghdtnsckd/불행한 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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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창
불행한 밤 외 1편
어느 날 지하철에 얌전히 앉아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와서
천국과 지옥에 관해 자세히 적혀 있는 종이를 주었다.
(주변에 나 때문에 서 있는 노인도 없었는데)
어떤 박 목사님의 체험담이었다.
희미한 사진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천국은 좋아보였지만 지옥에 대한 설명은 너무 무서웠다.
하나님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모든 것이 조금 평범하면 안 될까요?
두려움을 안고 밖으로 나오니 어두워지고 있었다.
머리칼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나무들이 꼬리를 흔들며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심판을 하기에 적당한 날씨와 시간이다.
붉은 십자가에 불이 켜지고
충만한 성령이 하나둘 거리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밤이 시작되면 불행한 사람이 탄생하는 것이다.
개척교회 박 목사님께 약간의 축복을 나누어 받고도
어깨 위로 부, 불행이 주르르 떨어지는 밤.
전단지를 통해 나를 굽어보시는 눈.
온건하고 부드러우며 서서히 만들어진 규칙이지만
단호하고 끔찍하다.
“이봐 그러면 왜 좋은가?” 하고 조용히 노려보면
별 다른 빌미가 없다.
가끔은 벗어나고 싶은 것일 뿐인데.
소리도 없이 콘센트가 코드를 밀어내는 것처럼
무의미한 하루가 멈춘다.
“툭!”
SAM*
이것은 샘.
샘은 샘.
샘을 믿는 놈이나
샘을 믿지 않는 놈이나
샘에게는 매 한가지.
*SAM : 뒤샹*의 레디메이드.
*뒤샹 : 미친 녀석*.
*미친 녀석 : 제 정신인 놈 혹은 제 정신이지 않은 놈*.
*제 정신인 놈 혹은 제 정신이지 않은 놈 : SAM.
홍순창∙경기 안성 출생. 2006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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