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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배정숙/통화․1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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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132회 작성일 13-10-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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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숙

통화․1 외 1편

 

 

 

-에미냐?

옥수깽이가 너무 영글어야 차미두 누렇게 익었는디 뭇오는겨?

 

-여보세요 전화 잘못……

-애비가 시간이 웁다구? 경태는 핵교 잘 댕기지?

 

-여보세요 전화 잘못 걸으……

-아녀 나는 갠차능께 내 걱정은 허지 말어야 찹쌀 쬐끔 찧어놓구 들지름 한 병 짜 놨넌디 빨리 안 먹으먼 쩐내 나서 뭇먹어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

 

필경 기이한 모습을 하셨을 저 부처

난 괜찮다는 저 거짓말을 위해 혀 밑에 또 하나의 혀를 감추고 받는 손은 오래 전에 퇴화되었으며 퍼주는 또 다른 한 손만 길게 자랐을 것이다

그를 지나쳐간 염치 좋은 모래바람은 모두 투정이라는 이름의 딱지로 눌어붙어 반만 열린 순한 낙타의 귀를 가지신

 

난 종일 먹지 않고 배부른 주술에 걸리고 세상의 다른 부처도 모두 입을 열지 않아도 포만이다

난전에서 사 입은 몸빼바지 꽃무늬가 난분분

신바람 나서 차린 한 상을 잘못 전달하신 줄도 모르고 정갈한 조각보를

덮어두고 기다리시리

 

어머니가 아니면 표절할 수 없는

자장가 한 자락

지극한 적멸궁이다

 

 

 

 

 

아웃포커스*

 

 

천 원어치의 연필과 노트로 낚시의 찌를 매달자

검은 송사리 떼가 몰려들었다

기름기 없는 그들의 자존심을 낚으며

손맛을 즐겼다

비만한 우리 아이에게 꺼리는 초콜릿으로

그곳 아이의 깊고 검은 눈도 훔쳤다

 

그들의 맨발이 디딜 곳은 아무데도 없어

불가촉천민의 굳은살이 박혀가는 곳

이름만으로도 찌들고 누추한 보트피플을

원 달러에 사서

주저앉아 우는 아이의 발가벗은 울음을

흑백으로 담아왔다

때 묻지 않은 희망과 자연의 배경은

흐리게 하고

검은 눈동자의 막막한 절규만 살리는

아웃포커스의 오만을 눌러댔다

농담濃淡과 원근遠近의 오류를 담아온

무례한 렌즈 속 캄보디아는

비통한 뼈를 곧추세우고 있다

 

비대한 문명들을 걸치고

그들 앞을 지나온 우리에게

이들도 영원히 자신을 원 달러에 내놓지 않는다

어느 먼 훗날 우리의 손자가 내민 손에

그들의 찰진 쌀을 쥐어 줄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랬다

발가벗은 전쟁고아의 뼈 울음과

굶주림으로 헝클어진 우리의 할아버지 상투를

푸른 눈의 고상한 예술작가에게

감읍하여 내 놓았던 때가 있었다

강냉이죽에 침을 흘리고

밀크빵에 횟배가 동하던

 

캄보디아여!

이제 번성했던 앙코르제국의 영화를,

또 한 번의 불가사이를 건축할 차례다

신들을 위로했던 천상의 무희

압살라*

이제 당신들을 위해 춤을 추어야 한다

 

* 사진의 주 피사체는 초점이 맞고 배경은 흐리게 처리하는 촬영기법.

* 캄보디아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춤으로 왕족 앞에서만 추었으며 가무로 신들을 위로하고 기쁨을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배정숙∙2010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시집 <나머지 시간의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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