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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신종승/어느 간이역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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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388회 작성일 13-10-07 15:31

본문

신종승

어느 간이역 외 1편

 

 

 

무궁화호를 기다리는데

KTX 열차가 미끄러지며 들어오더니

거침없이 지나쳐간다

통과역인 이곳,

좀 쌩둥한 마음이 바람 일듯 인다

 

왜 이리 차가울까

오늘은 그래도 조금 속도를 줄이면서

슬쩍 눈인사 건네는 것도 같았지만

지나치는 옆모습과 뒷모습을 보니

콧날 뾰족하니 세운 맵찬 얼굴 그대로다

 

간이역까지도 지나치지 않고 꼭 들러서는

손 꺼칠한 사람들의 손 덥석 잡고는

잠시나마 너스레 떨기도 하고

이것저것 허드레것 죄다 걷어 싣고는

손 흔들며 주섬주섬 떠나가는

너털너털 웃음이 명품인 완행열차

 

그 열차에 몸을 싣고 어느 간이역에라도

다다르고 싶은 오늘이다

대합실이 거실 같은,

 

 

 

 

 

나와 나

―내가 나를 지우기 하다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나를 찍는다

나를 내가 찍는다

한 차례 나를 찍고는

내가 나를 들여다본다, 검사하듯

이리저리 빛 잃고 탄력 잃은 얼굴

처진 눈 꼬리 입 꼬리가 억지 표정 지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라고 하며

이게 누구야,

왜 이렇게 된 거야,

기분이 나빠 당장 나를 지우기하고는

내가 나를 다시 찍는다

찍었다 지우고 지웠다 찍고 해보지만

나는 흔쾌하게 나에게로 달려 나오지 않는다

언제 보았는지 갈풀 같이 희뿌연 이가 나타나

실물보다 더 잘 나온 거 아니냐고 피식 웃는다

진정 어디로 멀리 간 건가, 푸르른 나!

안되겠다 싶어 여러 장을 한꺼번에 찍는다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바꾸어 가며

이쪽저쪽 각도도 달리 해가며

그리고는 한 장 한 장 제쳐가며 나를 찾는다

나와, 나!

세월은 흘렀어도 여전히 푸르른 내 마음

끝내 최신형 스마트폰의 성능을 탓하며

불만 탱탱한 기분을 내동댕이쳐버린다

최신형이란 게 얼굴 사진 하나 제대로 못 찍다니,

 

신종승

2012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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