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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최태랑/가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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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527회 작성일 13-10-07 15:33

본문

최태랑

가위 외 1편

 

 

 

두 개의 쇠붙이 엇눕혀 한 쌍인 가위

갈라놓는 본성에 두 쪽이 난다

늘 무엇인가 자르려고 입을 벌리는 가위

상반된 두 날이 서로 등을 비비는 순간

양편으로 나뉜 빛과 어둠,

양변의 길이만큼 상처를 남긴다

 

자르지 못해 녹이 슨 습관

도박과 담배를 가위로 잘라볼까

숱한 맹세와 다짐만

예리한 가윗날에 잘려나갔다

 

가위가 선택한 어느 수반에는

푸른 피를 토하고 죽은 꽃들이 서있고

가위가 다녀간 사과나무는 상처위에 꽃을 피웠다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에

길들여진 차갑고 냉정한 가위

 

때로는

태반을 잘라 새로운 생명을 얻기도 한다

 

 

 

 

 

바람꽃이 핀다

 

 

떠돌이 바람이

꽃잎에 닿는 순간,

바람꽃은 허공의 가슴을 껴안았다

 

바람 한 방울에도 온몸이 젖는

여린 바람꽃

한낮의 체온에 입술이 벌어졌다

 

빗소리 자옥하던 날,

하늘이 내려오고  발자국이 찍혔다

 

단호한 결심이

꽃잎에 통증으로 기록되었다

 

이것은 바람의 후유증

 

서둘러 떠난 자리

아름다운 추락이 이어졌다

 

최태랑∙전남 목포 출생. 2012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산문집 <아버지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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