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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박지우/빨간 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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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755회 작성일 13-05-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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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펜 외 1편

 

 

산문적인 친구가 있습니다 거울 속 줄거리의 주인공이 된 친구가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을 돌고 돌아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에 살던 산문적인 친구, 읽지 못한 몇 페이지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영혼들이 박제된 영등포에서 라푼젤의 머리카락으로 늘어진 꿈들이 유리창 밖을 기웃거립니다

 

폐쇄된 집장촌 골목에 빨간 밑줄이 그어졌습니다

 

길 건너 굶주린 길고양이 마침표 냄새를 흘리며 지나갑니다 친구는 위험한 말들로 가슴을 채운 채 유리 안에 인형으로 오도카니 앉아 있었습니다 버려진 의자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이 나부낍니다 지난해 데모 때의 몸부림들 ‘생존권을 보장하라’ 곰 인형과 퓨즈가 나간 전기장판 부러진 야구방망이는 텅 빈 천막을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시집이고 싶어 했던 친구는 거울 속 어디쯤에 있을까요

 

 

 

 

나를 읽어요

 

 

지금 내가 지구를 굴리고 있는 건가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제 시간의 모자를 벗으세요

알람시계는 잠시 끄셔도 됩니다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힘껏 페달을 밟으세요

 

경호원으로 CCTV를 채용했어요

지난 밤 산책길에 당신이 보름달을 안는 걸 봤어요

조심하세요 스토로브 잣나무에 수많은 바늘이 꽂혀 있다고

관리인이 귀띔을 하더군요

 

가슴이 우울한 조각 같아요

처방전은 각주에 불과해요

미친 듯 크게 웃어보세요

당신을 저울질하는 치명적인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으니

꼭 가슴의 무늬를 바꾸세요

 

혹시, 우물에서 건져 올린 그녀를 보셨나요

구름을 뜯던 이빨자국만이 허공을 떠돌 뿐

집시여인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눈물에 퉁퉁 불은 여행가방도 사라졌어요

 

내 몸을 기억하는 그림자 어둠 속 거미줄에 걸려 있다

갇힌 안과 갇힌 밖 통로를 지키는 CCTV는 이미

다 들켜버린 나의 하루를 또 읽는다

162cm 48kg의 작은 가슴이 팔팔 끓고 있는

보통의 여자를

 

박지우∙충북 옥천 출생. 2009년 ≪시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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