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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하린/바람과 구름, 그리고 농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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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농담 외 1편
바람과 구름을 우려먹는 기술이 필요하다 만질 수 없는 것을 갖고 노는 비법이 필요하다 이성적인 혀와 몽롱한 감각이 만들어내는 혼종의 판타지가 필요하다 바람에게는 근사한 취미가 필요하고 구름에게는 우호적인 솜사탕이 필요하다 구름의 심장을 훔치거나 바람의 목덜미를 만지는 자질이 필요하다 구름의 목구멍에 손을 넣어 박힌 가시를 꺼내고 바람의 아래턱과 윗턱 사이에 얼굴을 집어넣는 여유가 필요하다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으니 나는 구름과 바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시인이다 수시로 바람과 구름을 식재료로 볶고 지지고 삶고 찌는 방식이 필요하다 바람의 소문과 구름의 험담을 구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구름을 살해하고 바람을 수배하고 바람 속에 무덤을 만들고 구름의 사상을 읽어내는 경지가 필요하다 바람의 초대나 구름의 청혼을 듣는 귀가 필요하다
나는 언제쯤 바람의 시인 구름의 시인이라는 계급을 획득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바람 빠진 시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구름의 썩어 문드러진 살점을 삼키고 있다
바람과 구름도 모르는 백만 가지 사용법이 나에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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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전남 영광 출생. 2008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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