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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주병율/숭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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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외 1편
지난겨울에도 나는 바다의 숭어를 사랑하고
눈이 멀었네
어두워지는 포구의 뱃전에 앉거나 기대어서 귀기울여 보지만
삼남 천지에 네가 왔다간 소리는 듣지 못했네
먼 바다를 건너와 하루 종일 내리던 눈보라 속
아직도 젖은 하늘에 길이 있다면
지워버리고 지워버리고 싶은 은종이 같은 비늘 하나
이제 어디로 가랴고 내게 다그쳐 부는 바람만 곁에 있어서
지난겨울에도 여전히 나는 바다의 숭어를 사랑하고
눈이 멀었네
문門
갑자기 비가 내리면 문을 열어 본다
신발은 젖지나 않았을까?
갑자기 바람이 불면 문을 열어 본다
신발이 가벼이 떨어져 나뒹굴지나 않을까?
문설주마다 숭숭 머리카락이 빠지는 밤
내일은 조주에게
‘짚신을 머리에 이고 간’ 그 까닭을
물어봐야겠다.
주병율∙1960년 경주 출생. 199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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