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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황형철/함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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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철
함구 외 1편
세작 한 잔 넘기려는데
찻잔에 발랄하게 넘치는 소낙비 소리
한참을 귀 열어두고 있는데
눈썹도 붉은 백일홍이 별 힘도 없이 뚝뚝,
열흘 넘게 피는 꽃이 없다 했는데
여름이 다 지나도록 마당에 놓은
이 호젓한 수繡의 아취에 대해
별반 고심도 없이
왈가불가 하면 헛일일 것이니
봄날의 욕심
강을 따라 산을 넘어
꽃이 오는 데에도 저만의 길이 있어
쩌렁쩌렁한 겨울을 견디고
쉬엄쉬엄 북상하는 길이 분명 있어
섬진강 발치께 강안마을
옅은 바람에도 쾌히 흩날리는 꽃이파리
술렁술렁 상춘객들의 노랫소리
청량하게 울려 퍼지는 동선을 따라
그만 쫄랑쫄랑 따라가고 싶기만 하여
필설로 다 표현할 수도 없이
꽃이 호흡하며 오는
길의 안쪽 풍경들까지 모조리
마냥 욕심이 나기도 하여
황형철∙199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6년 ≪시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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