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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손제섭/옛집․2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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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제섭
옛집․2 외 1편
어머니 칠 년 먼저 가시고 아버지 나중 따라 가신 양송정* 옛집을 오랜만에 찾아오네 담벼락에 박힌 애기똥풀이 아랫입술을 내밀며 나를 반기네. 목에 걸린 알약 같은 기억 하나 튀어나오네.
땟국 조르르 하던 일학년이었던가
외삼촌 다니러 오셨을 때
누나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 갔다 오다
나 먼저 취해
개골창에 빠졌던 날
어머니 콩 갈던 손으로
내 정수리에 난 피 닦아주며
자고 나면 씻은 듯이 나을 거라던 말씀
흰머리 칼 속 그 흉터 그대로인데 그 빛깔 좋던 하늘은 어디로 갔나 그 목소리 간절하여 토방에 걸터앉는데 읍내 장에라도 갔다 오시는지 분바른 고운 어머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시네
* 필자의 고향마을 이름.
입
―김일규에게
찰방찰방 꾸며 놓고
간들간들 씹어 먹다
넙죽넙죽 받아 넣고
너울너울 풀어내다가
복닥복닥 볶아대다가
출렁출렁 쏟아버리면
후룩후룩 짬뽕 한 그릇을 해치우고도
불뚝불뚝 부르던 배가 또 고파서
살짝살짝 여기 자장면 곱빼기 하나 더 수줍게 말하면
바글바글 햇살 오백 근에 수수알이 꽝꽝 여물어 지고
바삭바삭 바람 오백 근에 깨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들썩들썩 아주까리 어깨춤을 추는데
울퉁불퉁 뚝배기 같은 저 순한 얼굴에 붙어
깜짝깜짝 웃고 울리는 그의 입은
꿀떡꿀떡 달고 맛있는 우리들의 이야기통이다.
손제섭∙경남 밀양 출생. 2001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시집 <그 먼 길 어디 쯤>, <오 벼락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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