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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손제섭/옛집․2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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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162회 작성일 13-10-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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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제섭

옛집․2 외 1편

 

 

 

어머니 칠 년 먼저 가시고 아버지 나중 따라 가신 양송정* 옛집을 오랜만에 찾아오네 담벼락에 박힌 애기똥풀이 아랫입술을 내밀며 나를 반기네. 목에 걸린 알약 같은 기억 하나 튀어나오네.

 

땟국 조르르 하던 일학년이었던가

외삼촌 다니러 오셨을 때

누나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 갔다 오다

나 먼저 취해

개골창에 빠졌던 날

어머니 콩 갈던 손으로

내 정수리에 난 피 닦아주며

자고 나면 씻은 듯이 나을 거라던 말씀

 

흰머리 칼 속 그 흉터 그대로인데 그 빛깔 좋던 하늘은 어디로 갔나 그 목소리 간절하여 토방에 걸터앉는데 읍내 장에라도 갔다 오시는지 분바른 고운 어머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시네

 

* 필자의 고향마을 이름.

 

 

 

 

 

―김일규에게

 

찰방찰방 꾸며 놓고

간들간들 씹어 먹다

넙죽넙죽 받아 넣고

 

너울너울 풀어내다가

복닥복닥 볶아대다가

출렁출렁 쏟아버리면

 

후룩후룩 짬뽕 한 그릇을 해치우고도

불뚝불뚝 부르던 배가 또 고파서

살짝살짝 여기 자장면 곱빼기 하나 더 수줍게 말하면

 

바글바글 햇살 오백 근에 수수알이 꽝꽝 여물어 지고

바삭바삭 바람 오백 근에 깨꽃이 하얗게 피어나고

들썩들썩 아주까리 어깨춤을 추는데

 

울퉁불퉁 뚝배기 같은 저 순한 얼굴에 붙어

깜짝깜짝 웃고 울리는 그의 입은

꿀떡꿀떡 달고 맛있는 우리들의 이야기통이다.

 

손제섭∙경남 밀양 출생. 2001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시집 <그 먼 길 어디 쯤>, <오 벼락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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