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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이태규/연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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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138회 작성일 13-10-06 20:52

본문

이태규

연꽃 외 1편

 

 

 

절간 주차장 입구에

‘만차’라고 쓰여 있기에

차를 밖에다 대고 들어갔다

주차장에 들어가 보니

텅텅 비었다

절간양반들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중얼거리며 법당에 들어가 큰절을 하고

부처님께 소원을 빌었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부처님이 뒤에서 한 말씀 하신다

‘이 사람아, 시주는 하고 가야지’

나도 돌아서서 대답한다

소원 성취하면요

불이문을 나오려는데

뒤에서 누가 휙 하고

모자를 낚아챈다

얼른 연꽃이 받아쓰고 빙그레 웃는다

부처님은 연못에만

만발하고 있었다

 

 

 

 

 

투명함에 대한 오해

 

 

 

집을 수리하다가

마당에 버려진

깨진 유리창을 보았다

유릿날이

나를 겨냥하고 있다

늘 반질거리는 것에 대하여

조금 비판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원한 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 작은 빈정거림에

속이 많이 상했었나 보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유리조각을 주워 재활용봉투에 넣는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 풀숲에서 아직도

살기를 풀지 않은 유리파편들을 보았다

유리는 늘 투명해서

속도 없는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의 속보다

보이는 것의 속이 더 깊었다

 

이태규∙2001년 ≪문학공간≫ 신인상. 시집 <향기의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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