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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겨울호)신작시/김효선/불구나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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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불구나무 외 1편
나는 애초부터 불구의 씨앗이었다.
쇼윈도우에는 벌레들이 자라고 있었다 죄수처럼,
육체에 저당 잡힌 벌레들이 시간에 맞춰
양식을 먹어치운다.
허기가 날마다 자라는 우리는
먼지처럼 훅
운명보다 더 운명적인 한 몸으로
불구가 되었다.
나는 애초부터 심장이 없었다.
수액을 받아낼 때마다 너는 다리를 절었고,
자주 이마에 하늘을 찧었다.
절뚝거리며 계절이 왔고, 다시 벌레들은
쇼윈도우에 포장된 양식을 훔쳐낸다.
먼지처럼 훅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호흡으로
불구가 되었다.
날마다 자라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아직 자라지 않은 그림자를 훔쳤다 벌레처럼,
나는 애초부터 불구의 자식이었다.
하염없는, 분홍
발톱을 세운
더위, 기억을 저당 잡힌 사람들
불쑥
하품이 이별을 몰고 온다.
나는 왜 하필 지금 40대인가
내일의 운세는
동쪽 방향에 분홍 계열의 옷을 입고
물병을 들고 서 있을 것.
젖은 구름을 세워두고
불쑥
문장들, 비에 젖는다
김효선∙200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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