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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향일화/벌의 연애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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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220회 작성일 13-03-20 13:43

본문

향일화

벌의 연애론 외 1편

 

 

한 무리의 벌 떼가 분가했는지

밀랍으로 만든 육각형의 제국이

2층 건물 외벽에서 단단히 부풀고 있다

 

첫정의 품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연어처럼

화르르 산화한 편린이 꿀이 되어 고인다

 

해가 하늘에 둘이 떠 있어도

절대로 녹지 않을 육각형의 침실에는

일벌은 일벌대로, 수벌은 수벌대로, 군벌은 군벌대로

만개한, 꿀이 흐르는 시내를 윙윙 날며

성공적인 왕국을 이루기 위해

여왕벌은 쉴 새 없이 알을 낳으며

오직 관심은 사랑뿐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

 

분가한 해가 일식으로 합쳐지며

어제의 해 그림자

조각조각 부서지며 꽃비로 내리고

문 밖 장대비를, 한가한 벌들이 바라볼 때도

자연이 이끄는 제국에는

산란율이 떨어지지 않으니

조바심 내지 마세요, 당신

 

 

 

 

 

게르니카, 또 다른 후유증

 

 

7월의 하늘을 가르며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

바스크족*의 성지 게르니카

강자는 파괴의 전율에 중독되었을 뿐

엉겨 붙는 고통의 울음 따위엔 흔들리지 않는다

위대한 임무를 명령받은 콘돌*은

낚시질하는 물오리처럼 장난치듯 게르니카를 뒤덮고

힘찬 날개를 흔들며 사라질 때

탄식으로 타는 저녁놀*

폐허 속을 하얗게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사람

야훼에 절규하는 사람

투우와 농우, 야누스의 스페인에게

아이를 살려내라 울부짖는 사람

실험의 고통 속에 눈이 멀어버린, 게르니카

 

뉴스 속보가 떴다

“북한군 연평도 폭격, 민간인 2명 사상”

애써 짜 맞춘 평화는 신호등처럼 또 바뀌고

상처만큼 가시가 돋은 3.8선은

언제까지 休일지…

 

*에스파냐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에 거주하는 부족.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독일 의용군.

*박목월의 「나그네」에서 차용.

 

향일화∙2011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시집 <우체통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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