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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미니서사/박금산/아이들은 돌아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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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산|아이들은 돌아오지만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그림책을 읽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매를 산 속에 버리자고 말한다. 어린 남매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를 엿듣는다. 아버지가 남매를 데리고 산으로 간다. 남매는 호주머니에 챙겨 두었던 조약돌로 길을 표시한다. 아버지가 산 속에서 사라진다. 남매는 조약돌 표식을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이튿날 아버지는 다시 남매를 산 속으로 데리고 간다. 남매는 먹지 않고 아껴두었던 빵을 꺼내 그 조각으로 길을 표시한다. 아버지가 사라진다. 새가 날아와 빵을 먹는다. 남매는 숲에서 길을 잃는다. 이후 어찌 어찌하여 남매는 마녀를 만나고, 마녀를 처치한다. 남매는 마녀에게서 빼앗은 보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
햇살 강한 오후, 산책을 나간다.
공원 은행나무 그늘에 앉아 노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한 노인이 말한다.
“옛날에는 자기가 자기 죽을 때를 잘 알았지. 아들이 산으로 업고 가면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았단 말이거든. 고려장이잖아. 아들 등에서 동네를 한 바퀴 휘이 둘러보고 죽을 길을 갔던 거 아닌가.”
다른 노인이 말한다.
<?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자식들이 부모 마음을 어떻게 알겄어? 노모를 등에 업고 고려장을 가는데 말야. 등에 업은 어미가 자꾸만 나뭇가지를 툭 툭 꺾는 거라. 아들이 물었지. 어머니, 나뭇가지는 왜 꺾어요? 자식새끼들 말야. 제 어미 속을 어떻게 알겄어? 산에다 버렸는데 어미가 길 찾아서 돌아올까 봐 겁이 난 거라. 어미가 말했지. 이놈아, 산이 이렇게 깊어지는데 네가 집에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니. 난 괜찮다. 너 집에 갈 때 이거 보고 잘 찾아가.”
박금산∙1972년 여수 출생. 2001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연작소설 <바디페인팅>.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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