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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김희숙/바람의 잔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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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539회 작성일 13-05-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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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잔상 외 1편

 

 

까맣게 타 들어가 링거줄 매달고 서있던

수백 년이 넘은 느티나무의 허리가 잘렸다

 

껍데기뿐인 텅 빈 몸통만 남았다

바람만 남았다

 

껍데기에 지나간 시간들을 쟁여 넣은 이끼들은

미세한 입자들 속에 타임캡슐을 숨기고

 

잘려나간 형이상학, 무성한 이파리들을 추억한다.

이제 그 자리엔 나이테만 남았다

잘린 나이테는

오래 감았던 태엽을 풀어

텅 빈 몸통 속 시린 바람이 타고 내려가

기억의 뿌리까지 흔들어댄다

비로소 바람은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에게

오랜 안부를 전송하는 것이다

 

느티나무 아래 잠자리 한 마리

그 안부를 알아듣겠다는 듯이 날아올라

허공을 몇 바퀴 비행하다

젖은 물소리로 풀리고 있는 나이테 주위에 내려앉는다.

 

잠자리 꼬리를 두르고 있는 나이테가 선명하다

 

 

 

 

휴대폰

 

 

젊은 메시지는 가고 늙은 메시지가 뜨겁다

 

휴대폰의 메모리와 메모리 사이

섬세한 회로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심장의 메시지들이 빠르게 솟구친다.

 

메시지의 궤도 이탈이 시작되며 전파가 흐르는 하늘도 뜨겁다

 

레이더망에 걸려 넘어지는 메시지들

판도라 밑바닥의 희망을 찾아나서는 내 사랑, 혹은 불륜

 

김희숙∙2011년 ≪시와표현≫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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