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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장재원/불후의 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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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437회 작성일 13-03-20 13:24

본문

장재원

불후의 시 외 1편

 

 

詩의 詩 자도 모르는 한 농부가

날이 풀리자

얼었던 묵정밭을 갈아엎고

밭고랑과 이랑의 운을 맞춘 다음

햇빛과 바람의 은유와 상징으로

씨앗을 심어 놓았다

 

봄볕 환한 새 아침

온 세상을 품은

천의무봉한

 

詩 한 뙈기

 

 

 

 

 

사람주나무*에게 묻다

 

 

설화산 중턱 산비탈에

모진 태풍으로 뿌리 뽑혀 거꾸로 처박힌

사람주나무 한 그루

그대로 잎들이 말라버려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봄이 되자

바위 틈 속에 가까스로 끄트머리만 묻혀 있던

산소 호스 같은 뿌리로

신생의 잎들을 피워 올렸다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누워 있던

나무사람 한 그루

깨어날 가망 없다는 의사 말에

아기 때부터 큰 집에서 데려다 키운 양아들이

일주일 만에 뿌리 뽑아내

다시 신령한 봄 맞이하지 못했다

칠순 막 넘겼던 숙부

 

“병실 창 밖에서 친구인 나무는 말했습니다.

내가 여기 있단다… 내가 여기 있단다…

나는 생명이야, 영원한 생명이야….”*

어느 소설 속에서 미소 지으며 죽어갔던 여주인공이 들었다는

나무의 이 말

전화 받고 황망히 중환자실로 찾아 가 “작은아버지!” 하고 불렀을 때

마치 급히 문병 온 조카를 반기시는 생각 뒤편의 신령한 몸짓인 듯

얼굴에 미세한 표정이 스쳐 지나간 것 같았고

시든 가지가 조금 떨렸던 나무, 숙부님

 

‘사랑한다 나무야, 사랑한다 나무야.’

말 들려주면 더 잘 자란다고 하는 한 그루 화초나무가 되어

“내가 여기 있단다… 내가 여기 있단다…

나는 생명이야, 영원한 생명이야….”

말 하고 계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주나무:숲속에 흔한 높이 6m의 밝은 회백색 낙옆소교목.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용.

 

장재원∙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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