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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이현채/코러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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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채
코러스 외 1편
세운상가에 가요. 바람의 그림자를 따라 세운상가에 가요.
엘이디 조명을 달기 위하여 세운상가에 가요. 세상의 어둠을 환하게 밝히고 싶어 세운상가에 가요.
삼층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봐요.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서 30년, 40년이 고스란히 안겨요.
키드의 생애 보실래요? DVD도 있어요. 몰카도 있어요. 위치추적기도 있고 비아그라도 있어요.
빨간 우체통으로 가요. 장갑차들이 즐비해요. 엘이디 조명이 눈물처럼 떨어져요.
바람은 건달인가요? 프리허그 하자고 달려들어요. 햇살과 바람이 격투기를 하며 나의 볼을 전송해요.
불법이 눈을 뜨고 호객하는 세운상가의 하늘이 스왈로브스키처럼 반짝거려요.
57th Gallery
―성찰하는 눈, 오새미展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세상에서 신을 만나고 싶어요
장님이 되어야 신을 볼 수 있나요 눈이 어두워져야 진실을 볼 수 있다구요 진실을 보고 싶어요
미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자본주의는 열쇠의 천국이지요 집집마다 비밀번호가 가득하고 얼굴에 가면을 쓴 사람들뿐이에요
달콤한 바람은 반짝이는 눈동자에 러브레터를 날리며 세레나데와 녹턴을 들려줘요
세상을 화려함으로 덮어버리려는 자는 더 큰 도시를 향해 달려가지만 광기 없이는 자유로워질 수 없어요
타령조의 햇살 속에 벌거벗은 한 영혼이 천 년의 타임캡슐을 타고 내려와 도시의 흙탕물에 발을 담가요
레몬향을 맡고 싶어요
스마트한 세상에서 내 영혼의 일기를 쓰며 잠들고 싶어요
이현채∙충남 당진 출생. 2009년 ≪애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투란도트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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