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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고은산/빛의 탄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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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199회 작성일 13-03-20 13:28

본문

고은산

빛의 탄생 외 1편

 

 

수척한 빛을 털어내기 위해, 틈 없는 밤의 격자공간 속을 멍하니 바라본다. 머리를 움켜쥐고 공간을 바라보니 실금이 가기 시작한다. 실금 사이로 청어빛 언어가 들락거린다. 언어의 들머리는 빛이 없었으나, 틈을 통과하는 순간 바뀌는 놀라운 변화. 지나가는 출출한 시간이 이마를 맞대고 변화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다. 마른 손이 반들반들해지고 온통 청어빛으로 물든다. 손은 바다이다. 사이가 더 벌어지는 순간, 시의 미끌미끌한 뼈의 마디마디를 갈고 닦는 바다에 푸른빛이 넘실거린다. 파도 안에 수많은 빛이 출렁인다.

 

 

 

 

 

중심中心

 

 

핵심의 중심重心이 무너져 가고

어깨의 어깨가 무너지고

주춧돌의 주춧돌이 무너진,

지상의 이성理性 하나

먼지로 축적된 기둥의 균탁 같다

그 균탁이 연못의

만다라화 한 송이 

꽃대를 꺾어 꽃을

수평선에 놓고

쭈욱, 긋고 있는

수면에, 둥둥 떠 있는 꽃잎들을 본다

핼쑥한 아침, 만다라 꽃잎 하나, 눈물 같은

이슬 한 방울 떠받치며

이슬의 귀는 총총한 햇살의 침묵 울음 쏟아내는

소리 한 뼘 한 뼘 쌓아 간다

한 속세의, 속울음 몇 십 가닥은 적체되어 간다 

만약, 그 귓바퀴 속으로 푸른 심장의 척추들이

곧추 서는 소리 몇 다발 쌓이면 어떨까?

그러면

세계의 어떤,

단호한 그 소리의 기둥들,

단단한 틈마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상엔, 하냥, 많은 어깨가 곳곳에 튼튼히 무성해질 것이다

그 남자의 중심中心, 속 감정은, 쉼 없이

중심衆心의 허파 속을 오로라빛으로 채울 것이다

그리하여, 중심축中心軸 밀도는 점점 높아 지지 않을까?

 

그 축을 향해 뻗는 지상의 편린들

 

정곡正鵠 하나, 눈빛이, 올바로 선 척추들의 눈동자를 둘러본다

 

고은산∙200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말이 은도금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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