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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김보숙/사랑은 신신홀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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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숙
사랑은 신신홀에서 외 1편
시인하지 마세요. 시인은 시인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니 시인하지 마세요. 시인은 시인을 해야 하고 시인이 시인하고 나면 시인은 시인을 부정할 수 없으니 시인하지 마세요. 내 아버지는 내 어머니에게 시인을 하고 내 어머니가 내 아버지의 시인을 받던 날 내 어머니는 내 아버지의 시인을 부정하고 사랑을 찾으러 신신홀에 갔어요. 신신홀에는 시인이 없고 시인할 수 없으며 오로지 사랑만이 있죠. 시인은 신신홀을 몰라요. 시인은 신신홀에 갈 수 없어요. 신신홀에서 애인에게 공기총을 발사한 봉천동 박철민 할아버지도 시인하지 않았어요. 신신홀은 시인할 수 없으며 시인 받지 않으며 오로지 사랑만이 있죠.
그해 가장 시시콜콜한 이야기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을 개명하고자 지하드 락*에 다시 모였다. 파이프를 입에 물고 나타난 오시나오 조의 국적은 파이프였고 우리는 파이프를 차지하기 위해 오시나오 조의 입술을 매번 쫒아 다녔다. 사랑이라는 말을 큰 구두 광견병 엄마는 아빠다 라고 개명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를 본 자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로 개명하자고 하였다. 경계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하드 락은 진동에서 전류로 바뀌었고 격렬하게 붉어진 노을 속에서 사랑은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가 되었다. 나는 그해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를 했다.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는 언제나 오래 참고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 모든 것 참아내며 이 모든 것을 믿으며 진리 앞에 항상 기뻐할 수 있으며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는 언제나 온유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내 안에 모든 것이며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가 없으며 내 몸을 희생할지라도 아무것도 아니니 믿음과 소망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 그 중에 제일은 바로 오시나오 조의 파이프라.
*락 밴드.
김보숙∙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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