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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강우식/삼행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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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4,781회 작성일 13-03-19 15:07

본문

강우식

삼행시초

 

 

1. 꽃구경

때 되면 꽃들은 소리 없이 피고지고

꽃보다 사람만 더 왁자한 봄이다.

꽃구경보다 사람에 치어 더 몸살 난 봄날이다.

 

 

2. 기러기

정 떼고 떠나기 어렵긴 사람이나 철새나 마찬가지.

겨울 한 철 뜨내기살림도 쌓인 정이 너무 무거워

내렸다 다시 얹었다 날갯짓하며 북으로 가는 기러기.

 

 

3. 노인

보고 느끼는 것 무엇이든지

마지막이라 생각한다면 누구나 노인이다.

노인 같은 생각이 노인이다.

 

 

4. 봄

어느새 합창단을 만들었는지 봄맞이 연주에 바쁜 새들은

목련가지 위에서 목청을 가다듬느라 한창이고

목련은 축하 꽃다발 장만하느라 분주하다.

 

 

5. 로즈마리

아드리아 해 한 이름 없는 민박집 정원에서

저승 간 아내 못 잊어

로즈마리 잎을 바람에 흔들어 그 향기를 맡는다.

 

 

6. 목포

서울을 떠난 밤 열차가 귀뚜리처럼 울면서

새벽빛 푸른 목포역에 도착하자

바다도 성큼 가을 물들어 뱃고동소리로 길게 울먹였다.

 

 

7. 벚꽃

필 때 아름다운 꽃보다

질 때 더 순백한 꽃.

와, 꽃잎이 눈처럼 퍼붓는다.

 

 

8. 상처喪妻

나는 심인광고를 가슴에 빼곡히 붙이고

밤이면 밤마다 아내를 찾아

기적소리도 슬피 은하철도를 타고 헤맨다.

 

 

9. 생업-제천에게

방산芳山의 대장간에서 뜨겁게 사는 법을 배웠고

시구문 밖으로는 사람 실려 나가는 죽음을 보았다.

일찍이 생사를 터득했으니 시 아니면 무엇을 하랴.

 

 

10. 선인장

오래오래 집을 비운 채

떠도는 몸일 때 물 한 모금 아니 먹고도

살아서 집을 지켜준 꽃이여.

 

 

11. 설야

펑펑 눈 오다 일순 그친 밤이다.

그 밤 따라 세상풍파 다 잊고

어머님 곁에서 자고 싶다.

 

 

12. 탑

사람들아 바벨탑을 쌓지 마라.

아무리 쌓으려 해도 쌓아지지 않는다.

하늘과 닿아 있는 인간이 탑이다.

 

강우식∙1941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호 水兄, 老平, 果山. 시집 <사행시초>, <고려의 눈보라>, <꽃을 꺾기 시작하면서>, <물의 혼>, <설연집>, <어머니의 물감상자>, <바보산수>, <바보산수 가을 봄> 발간. 시극집 <벌거숭이 방문>, 시에세이집 <세계의 명시를 찾아서>, 시론집 <육감과 혼>, <절망과 구원의 시학>, <한국분단시연구>, 시연구서 <한국 상진주의 시 연구> 발간.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한국펜클럽 문학상 시 부문, 성균문학상, 월탄문학상 수상.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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