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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장종권/바람 부는 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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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042회 작성일 13-03-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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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권

바람 부는 날 외 1편

 

 

화를 내겠다고 하니 웃는다.

화는 내는 것이 아니라 터지는 것이라고 한다.

절대 터뜨리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한다.

 

꽃에 앉은 벌은 화를 내지 않는다.

벌을 향해 꽃 역시 화를 내지 않는다.

 

벌이 화를 내겠다고 하니 꽃이 빙그레 웃는다.

어디 한 번 터뜨려 봐, 찰라에 한 번 죽어 봐.

바람은 살랑살랑, 햇빛은 푹신푹신.

 

 

 

 

 

歷史는 歷事이다

 

 

당이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리는 데 협조하면 한강 이남의 땅에 대한 통치권은 신라가 갖는다. 애당초 고구려의 방대한 땅은 그들에게 남의 땅이었다. 신라가 살아남는 길은 백제, 고구려 유민들에게 동일 민족정신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이전과 이후가 달랐으니 발해쯤이야 남의 땅으로 묻어도 그만이었다. 최후의 승자가 백제이길 기도하다가 이단을 만나고, 최후의 승자가 고구려이길 꿈꾸다가 가위에 눌린다. 역사는 천세 만세 후에도 징그러운 귀신이다. 제 논에 물 대는 것이 농부들의 마음이다. 굶어죽어도 종자씨는 베개 삼아 죽으니 그들을 착하다 했다. 그들은 너무 착해서 죽어 호박꽃이 되었다. 집안일은 집안에서 해결하라는 가르침이 없었다. 형제는 싸워도 링 밖을 벗어나면 안 되는 일, 칼잡이 총잡이 불러봐야 집 뺏기기 십상이다. 역사의 얼굴은 당대 그리는 자의 몫이고, 감상은 후대 읽는 자의 몫이다. 제아무리 춘추필법이어도 피는 물보다 진하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 역사는 歷史가 아니고 歷事이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는 것마다 재미있는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는 앞으로도 재미있게 계속될 것이다.

 

장종권∙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외. 장편 <순애>.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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