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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류제희/아직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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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28회 작성일 13-03-19 17:58

본문

류제희

아직도 외 1편

 

 

하도 심심해서

아무도 없는 뒤곁

장독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거품나게

쏴―

 

후두둑 탁!

내 앞에 떨어진 땡감 하나

담장 밖 키 큰 감나무 꼭대기에서

장대질하는 순영이 삼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옆에 있던

봉선화 꽃잎이

놀라 달아난

나보다

더 빨개진

그 오후

 

 

 

 

 

편도여행

 

 

몸살

 

 

빈혈처럼 하얗게

자두꽃이 폈다.

 

문득, 소식이 궁금해

맘 속 있는 말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끝내 말을 걸지 못했다.

 

비수 같은 봄

 

류제희∙1994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산벚꽃과 옹달샘이 있는 풍경>, <논현동 577번지>, <소금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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