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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김영미/속속들이 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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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507회 작성일 13-03-20 13:00

본문

김영미

속속들이 뼈 외 1편

 

 

1.

분명, 내 등뼈에 금이 갔으리라

사흘 밤을 꼬박 서서 버티다가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 기사의 첫마디

 

뼈가 참 이쁘네요

 

너무 뜻밖이라

 

뼈도 예쁠 수가 있나요? 되물었다

 

 보세요, 가지런히 참 이쁘잖아요

 

엑스레이 기사에게서 뼈란?

날마다 뼈사진을 찍고

일 년 열두 달 뼈사진을 보는 게 일인 사람

뼛속까지

아마도 꿈속까지 대거 뼈, 뼈, 뼈들이

그렇다면, 시인에게 시란?

 

2.

하필이면, 뼈가 예쁠 게 뭐람.

 

어느 날, 생선구이를 먹다가

가자미뼈의 미학에 푹 빠져든 적이 있다

완벽한 데깔꼬마니!

 

웅장한 피라밋의 기본 골격이

아름다운 좌우대칭 불후의 타지마할이

그러니까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주술에라도 걸린 듯

 

뼈, 뼈, 뼈의 근간을 찾아서

 

구름의 뼈, 얼음의 뼈, 눈물을 뼈, 말의 뼈

 

뼈가 참 이쁘네요 이 말에 꽂혀

 

사람과 사람

시와 시

행간과 행간

 

그 사이

보이지 않는 뼈, 뼈, 뼈들!

 

 

 

 

 

여치야 자니?

 

 

불을 껐다 머리속 붕붕거리던 벌 떼들이 잠들고 귓가에 앵앵거리던 장구애비가 잠들고 마지막으로 심장 근처 팔딱거리던 여치가 잠들었다 나는 이제 완전히 잠들었어, 가물가물 꺼져가는 의식의 저쪽 끝을 붙잡고 어디선가 반딧불이 한 마리 날아든다 물밑공작물밑공작 반딧불이가 치는 그물망에 낌새도 없이 걸려든 나는 밤새도록 물병자리 황소자리 별자리를 따라 떠돈다. 제발 여치가 깨면 안 돼, 조심조심 밤의 뒷골목이 휘갈겨놓은 길이며 벽이며 칠흑 같은 욕설들을 지우고 또 지우고, 붙박이별 박고 박고 불가사리 접고 접고

 

25시, 의식과 무의식의 암흑가는 모퉁이마다 접촉사고가 일어났고 칠이 벗겨진 자리마다 고집불통고집불통 탱자나무 가시가 박혀 있었다 나는 하릴없이 세 별을 이어 땅따먹기를 하고 벌레 별자리를 수집하러 다녔으며 백, 구십, 구십, 구십 거꾸로 숫자를 세기에도 지쳤어 판토마임은 끝이 없고 관객은 오로지 나이고 주연 배우는 늘 머리가 없는데 내 여치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고집불통고집불통 나는 잠들고야 말 거야 이봐, 여치야 너는 자니? 정말 자니? 죽었니? 살았니?

 

김영미∙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시집 <비가 온다>,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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