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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권성훈/나무 내시경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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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나무 내시경 외 1편
내시경이 들어간다
어디부터 가지인지
어디까지 뿌리인지
나무는 언제나 제 몸이 궁굼했다
수면마취를 하지 않은 채
빛이 들어올 때 잎들은 일제히 입을 벌리고
솜틀을 파르르 세운다
주먹을 꽉 쥔 고통이 목구멍을 통과 해
식도를 지나 위까지 도달하는 50초 동안
50여 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는 장기들
희로애락의 울퉁불퉁한 표정을 읽어간다
미처 소화되지 못한 세포와 세포 사이
벌레 먹은 생애 안은 아직도 광합성 중이다
군데군데 염증 앓은 나이테에서
비바람에 부풀어 오른 옹이를 스크랩 한다
오늘도 나는 마취가 안 된 세상의 입안으로 들어가
어디부터 진실인지
어디까지 거짓인지
욕망으로 뒤범벅이 된 어둠을 찾아
내시경內詩鏡한다.
꽃역
이 밭은 너무 위험하다
사시사철 다르게 피었다가
그리하여
시시때때 별나게 떠나가네
비릿한 녹이 임질처럼 슬 때까지 울긋불긋 아파해
덜컹덜컹 꽃잎으로 못을 박는 플랫폼
기적 소리도 없이 이슬로 왔다 가잖아
권성훈∙2002년 ≪문학과 의식≫, ≪시조시학≫으로 등단. 젊은 작가상, 열린시학상 수상. 시집 <유씨 목공소> 외. 저서『시치료의 이론과 실제』고려대학교 연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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