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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김소원/보랏빛 입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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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보랏빛 입술 외 1편
에어컨 배관 따라 울려오는 아침의 관악管樂
피아니시모로 잦아드네
햇볕에 오므라든 보랏빛 입술
낮엔 바르르 떨기만 한다네
사철 모자를 쓰는 아이
들숨날숨의 비탈길
아픈 매듭 없이는 나아가지 못하네
창 너머 새털구름 기우뚱거릴 때
까치도 잠깐 비틀
새 꽃 피워 올릴 때마다
실핏줄 같은 줄기 몸을 비트네
호호 맞잡은 손바닥으로
있는 대로 폐를 부풀려선가
파닥대는 숨소리 들려오네
조막 심장으로 펌프질해 올린
붉고 푸른 별
깜깜한 하늘에 점점이 떠 있네
눈 감으면 먹먹해지네
2월이 8월에게
2월이 짧은 것은
얼른 3월을 부르고 싶어서였지
메마른 나무 살갗에 살그머니
손을 갖다 대고
이제 3월이야,
봄이야 하고 말하면
매화도 생강나무도
입을 열 것 같아서
꽁꽁 구름장에 갇혔던 봄비
그 소리 듣고서
살풋 뛰어내리면
고집 센 땅도 버들개지 실뿌리를
고만 놓아 줄지 몰라서였지
로마의 뜨르륵한 장군들이
2월의 꼬리 가만히 떼서
7월에 달고 8월에 붙인 거지
김소원∙2002년 ≪문학과경계≫로 등단. 시집 <시집 속의 칼>, <그리운 오늘>. 편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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