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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남태식/숨은 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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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
숨은 꽃 외 1편
어떤 이에게 사랑은
벼랑 끝에 핀 꽃이다.
굳이 숨기지 않더라도
숨은 꽃이다.
사랑의 절정! 같은 말은 어울리지 않아라.
가슴 깊숙이 감춘 손은 오래 전에 자라기를 멈추었으니.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 사랑은
손닿을 수 없는 벼랑 끝의 영원히 손닿지 않는 꽃이다.
꽃들에게 평화를
(무덤가에 꽃들이 피어 있다.
무덤 위에 꽃들이 피어 있다.)
무덤가에 핀 주황꽃은 주황꽃이냐 빨강꽃이냐
꽃대를 감아 오르며 뜬금없이 슬쩍 말을 흘리는
담쟁이 하나
무덤 위에 핀 노랑꽃은 노랑꽃이냐 빨강꽃이냐
꽃들의 목을 휘감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담쟁이 여럿
빨초록꽃 빨파랑꽃 빨남색꽃 빨보라꽃
온갖 꽃들에게 빨강물을 칠하는 담쟁이는
육갑이 넘은 메카시
꽃들은 왜 하필
무덤가에 피었느냐 무덤 위에 피었느냐
주노초파남보
위장이다! 벗겨라!
다 빨강이다!
잠시 사라졌다가 이름만 바꿔 나타나 여전 꽃들을 옥죄는
육갑에 반육갑을 더해 가는 카멜레온
꽃들의 평화를 위하여 이제
뿌리를 뽑자!
바짝 말려서,
싹 다시 못 틔우도록
불태우자!
온 육갑하는
저 메카시, 카멜레온!
남태식∙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등.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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