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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남태식/숨은 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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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858회 작성일 13-03-20 13:08

본문

남태식

숨은 꽃 외 1편

 

 

어떤 이에게 사랑은

벼랑 끝에 핀 꽃이다.

 

굳이 숨기지 않더라도

숨은 꽃이다.

 

사랑의 절정! 같은 말은 어울리지 않아라.

가슴 깊숙이 감춘 손은 오래 전에 자라기를 멈추었으니.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 사랑은

손닿을 수 없는 벼랑 끝의 영원히 손닿지 않는 꽃이다.

 

 

 

 

 

꽃들에게 평화를

 

 

(무덤가에 꽃들이 피어 있다.

무덤 위에 꽃들이 피어 있다.)

 

무덤가에 핀 주황꽃은 주황꽃이냐 빨강꽃이냐

꽃대를 감아 오르며 뜬금없이 슬쩍 말을 흘리는

담쟁이 하나

 

무덤 위에 핀 노랑꽃은 노랑꽃이냐 빨강꽃이냐

꽃들의 목을 휘감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담쟁이 여럿

 

빨초록꽃 빨파랑꽃 빨남색꽃 빨보라꽃

온갖 꽃들에게 빨강물을 칠하는 담쟁이는

육갑이 넘은 메카시

 

꽃들은 왜 하필

무덤가에 피었느냐 무덤 위에 피었느냐

주노초파남보

위장이다! 벗겨라!

다 빨강이다!

잠시 사라졌다가 이름만 바꿔 나타나 여전 꽃들을 옥죄는

육갑에 반육갑을 더해 가는 카멜레온

꽃들의 평화를 위하여 이제

뿌리를 뽑자!

바짝 말려서,

 

싹 다시 못 틔우도록

불태우자!

온 육갑하는

저 메카시, 카멜레온!

 

남태식∙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등.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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