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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정서영/너는, 어디서 왔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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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너는, 어디서 왔니? 외 1편
포플러 이파리가 찰랑거리는
8월의 저녘
어디선가,
태초의 소리 들려왔네
그것은 ,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들려주던 파도같은 노래였네
신생아실 유리 간막이 밖에서 너를 불러보네
포플러 이파리야!
순간, 찬란한 거울 하나가
세상을 향해 눈을 번쩍 뜨고 있었네
아, 눈물처럼 환한 빛이었네
그 나무 아래에서
명성산 국수나무 아래 앉아 바로 앞
거대한 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어제 밤 벽보에서 보았던
실종자 가족 찾기 캠페인의 한 노인이 생각났다
이름:장금순 (현재 87세)
실종일자:2010. 3. 17
실종장소:서울지하철 1호선 방학역
특징:치매노인, 백발 커트머리
치매노인백발커트머리팔십칠세…를 되뇌며 이름 옆에
박혀있던 장금순 노인의 사진을 떠올리다가
가물가물… 나는 어느 바위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작은 돌들이 깔린 길을 따라 가고 있었다
아니 나는 간다고 생각하는데 길이
내게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 길 끝에 환하고 넓은 숲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키가 작고 파란색 피부의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무슨 말인가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땅콩껍질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새끼 부엉이 몇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졸고 있었다
발톱이 다 빠져가는 늙은 소가
커다란 눈을 꿈벅이며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후르르후르르 새들이 날아 다녔다
튤립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쪽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낯익은 아기 얼굴 하나가 나타났다
그 장금순 노인 같은
눈을 뜨니
여전히 나는 명성산 국수나무 아래 앉아
거대한 바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서영∙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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