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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이상규/솟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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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솟대 외 1편
알코올냄새 배인 허공 조롱 속
온몸 시퍼렇게 멍든 새 한 마리
칭칭 안개 빗줄기에 감긴 채
입 안 가득 비를 머금고 종일토록 우두커니 서있다
날개 깃털에 머물던 햇빛 삭은 지 오래
눈물 한 모금 먹고
동그란 눈망울 힐끔 힐끔 새파란 하늘 쳐다보며
퍼득 퍼드득
두 날개 펼쳐본다
멍든 날갯짓 멈추지 않는다
장미 한 그루 심어본다
별빛을 향해 초단거리의 직선을 긋는다.
눈부신 모래언덕에 한번 발 들여 놓은 자
다시는 돌아서 나갈 수 없는,
숨 막히게 타는 갈증과 혹독한 추위 견디며
가도 또 가도 살아남기 힘든 저 끝
앞사람의 발길 놓치지 않으려 허덕이다가
여기서 장미 한 송이 뺏기고
저기서 남의 장미 엿보는 삶에 익숙해진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한걸음
또 한 걸음 앞만 바라볼 뿐
조금도 비껴갈 수없는 아픔과 에테르 속 극한의 오아시스 찾아
사막 횡단에 바퀴가 찢겨나갈 때
행로에서 벗어나고 싶은 병든 낙타 한 마리
바람의 체온을 재어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모래언덕 원고지 몇 장에 별빛 주어 담는다,
아득히 먼 길에 장미 한 그루 심어본다
이상규∙2006년 ≪솟대문학≫ 추천완료. 시집 <휠체어 위에 실은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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