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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이용임/아름다움은 조용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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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875회 작성일 13-03-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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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임

아름다움은 조용히 외 1편

 

 

나는 바다를 건너고 있어 달밤에, 잃어버린 말들을 만지고 있어 꽃잎을, 여자가 흘린 속삭임을 보고 있어 천 년 동안, 나비의 혈관으로 흩어진 하늘과 헤아릴 수 없는 귀들이 열린 파도 위를 맨발로, 걷고 있어 비밀을, 꿈의 심장을, 한밤에 고인 눈물을, 꿈은 닳고 있어 오래오래, 골목을 돌아 들판을 건너 절벽에 이르러 길들이 몸을 던질 때 이야기들이 빛나고 있어 바위 위에서, 물이 그림자를 던지고 있어 먼 곳으로, 나는 떠나고 있어 모든 내부가 환해지는 시간에, 투명한 뼈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어 궁륭을 떠받친 기둥들, 닿을 수 없는 이름을 부르며 한없이 가늘어지고 있어 손가락부터 발가락부터 속눈썹부터 차례로, 공기가 되고 있어 창문들이 하나 둘 닫히는 시간에 구름이, 얼굴을 놓고 가고 있어 나는 풍경이 되고 있어

 

 

 

 

 

종생기

 

 

머리카락을 심고 하루이틀사흘

 

창문마다 구름이 있었다 나는

만지면 흩어지는 육체를 모른다

 

머리카락을 화분에 심고 나흘닷새엿새

 

꿈을 꾸는 일은 잊었다

손등에 드러난 혈관에 이마를 대고

텅 빈 잠을 탁본하는 오후

 

나도 모르는 암흑 속에 손을 담그고

모르는 새 발끝까지 물들어버린

몸을 통째로 묻으면

무너지는 육체를 가질 수 있을까 하얗게

시든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머리카락을 한올 화분에 심고 오늘오늘오늘

 

손을 오므리면 일렁이는 하늘이 고였다 나는

그림자로 투영되는 세계를 모른다

 

이용임∙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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