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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김지요/반칙이라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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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39회 작성일 13-03-2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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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요

반칙이라고 외 1편

 

 

고숙과 고모는 늘그막에 새삼

격렬한 부부싸움을 한다

고숙이 약주를 과하게 드신 날은

몸싸움까지 엎치락뒤치락이다

 

분이 덜 풀린 고모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한다

영감탱이가 글쎄 로또만 되는 날에는

못 생긴 여편네 버려뿔고 새각시 얻어 새장가 간다고

노망이 나도 유분수지

나이 묵을 만큼 묵어 무서울 것 없다고

방바닥에 패대기를 쳤드니

평생 먹여 살린 남편도 몰라본다고

 

잠자코 듣고 있던 어머니 

살아서 옆에 있으니 고마운 줄 알어

싸움도 덜 끝났는디 가버린 영감탱이는

용서할 수가 없응께

 

길 가다 벼락 맞기보다

어렵다는 로또의 확률

그래서 고숙은 아직도 헌 각시와

개똥밭에 뒹굴고 나자빠지고

살고지고 살고지고

 

 

 

 

 

사막여우를 키우는 사람들 

 

 

사막여우를 키우는 사람들 

 

사막여우를 키우는 사람들이란 인터넷 카페를 발견했어

마우스로 문을 톡 두드리려다 말았어

사막여우, 사막여우 하고 입을 모으면

가까스로 파스텔 톤 새벽하늘이 나타나지

카르돈선인장이 낯선 질문처럼 우뚝 서있는

모래언덕에 홀연히 나타난 사막여우

비는 오지 않고 여우는 눈물샘을 찾고 있어

정제된 슬픔을 한 방울씩 호리병에 모아 만든 샘이야

사막에선 죽음도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로 날아가 없어지지

냄새조차 없어진 이름들을 핥으며 주린 배를 채워야 해

항상 발목을 잡는 건 생각이야 걷고 또 걸어야 하지

걷는다는 생각조차 없어져야 살아남지

너무 막막해서 코끝이 시큰거리더라도 냉정을 잃지 마

사막을 들여다 볼 때 조금의 연민이라도 느낀다면 여우는 사라지고 말아

 

모래바람에 눈물샘이 말라버린 사람들이 있어

부서지고 흩어지는 문자들의 沙邱

ㅋ,ㅎㅎ, ㅠㅠ 사라진 여우 발자국만 어지러운

 

김지요∙2008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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