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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김지요/반칙이라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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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요
반칙이라고 외 1편
고숙과 고모는 늘그막에 새삼
격렬한 부부싸움을 한다
고숙이 약주를 과하게 드신 날은
몸싸움까지 엎치락뒤치락이다
분이 덜 풀린 고모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한다
영감탱이가 글쎄 로또만 되는 날에는
못 생긴 여편네 버려뿔고 새각시 얻어 새장가 간다고
노망이 나도 유분수지
나이 묵을 만큼 묵어 무서울 것 없다고
방바닥에 패대기를 쳤드니
평생 먹여 살린 남편도 몰라본다고
잠자코 듣고 있던 어머니
살아서 옆에 있으니 고마운 줄 알어
싸움도 덜 끝났는디 가버린 영감탱이는
용서할 수가 없응께
길 가다 벼락 맞기보다
어렵다는 로또의 확률
그래서 고숙은 아직도 헌 각시와
개똥밭에 뒹굴고 나자빠지고
살고지고 살고지고
사막여우를 키우는 사람들
사막여우를 키우는 사람들
사막여우를 키우는 사람들이란 인터넷 카페를 발견했어
마우스로 문을 톡 두드리려다 말았어
사막여우, 사막여우 하고 입을 모으면
가까스로 파스텔 톤 새벽하늘이 나타나지
카르돈선인장이 낯선 질문처럼 우뚝 서있는
모래언덕에 홀연히 나타난 사막여우
비는 오지 않고 여우는 눈물샘을 찾고 있어
정제된 슬픔을 한 방울씩 호리병에 모아 만든 샘이야
사막에선 죽음도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늘로 날아가 없어지지
냄새조차 없어진 이름들을 핥으며 주린 배를 채워야 해
항상 발목을 잡는 건 생각이야 걷고 또 걸어야 하지
걷는다는 생각조차 없어져야 살아남지
너무 막막해서 코끝이 시큰거리더라도 냉정을 잃지 마
사막을 들여다 볼 때 조금의 연민이라도 느낀다면 여우는 사라지고 말아
모래바람에 눈물샘이 말라버린 사람들이 있어
부서지고 흩어지는 문자들의 沙邱
ㅋ,ㅎㅎ, ㅠㅠ 사라진 여우 발자국만 어지러운
김지요∙2008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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