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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가을호)신작시/변영희/언어의 경제학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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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53회 작성일 13-03-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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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희

언어의 경제학 외 1편

 

 

깔맞춤의 의미를 아시나요, 깜박이는 눈으로 되묻는 남자 키스방에 대하여 침 튀는데 웬 때늦은 흥분인가 의아한 친구 한 박자 빠르고 한 걸음 처지는 엇갈림 컴퓨터 모니터에서 끓어 넘쳐 손가락으로 와르르 파고드는 속도감 가장 빠른 반응은 눈, 눈이다 셔터기능 잊은 눈꺼풀 건조해진 눈동자 깜박이며 반짝이며 새로운 세계 만나게 하는 눈. 감아, 감아봐 셔터를 누르고 렌즈를 바꾸는 사이 그 사이의 이야기가 그립다 연예뉴스 타이틀에 등장하는 슈스케*, 소시, 코드가 맞지 않는 언어의 범람 결코 완성할 수 없었던 바벨탑을 상상하며 푸른 바다에 붉은 눈알을 띄운다 국어사전에 들지 못할 언어의 생몰을 본다 스승님은 사전을 버리라 하시는데 넘치는 시인과 시인 지망생들 모국어의 속살을 어디에서 파먹으며 가난한 감성과 상상력을 펼칠 것인가

부디, 네이놈*에게 물어보라는 말은 하지 마시길

 

*가요프로그램, 가수의 줄임말 이름.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일컫는 말.

 

 

 

 

트라우마

 

 

오리의 목을 베었어 오리를 손질한 이야기가 아니야 주부 구단의 얘기가 아니라니까 아홉 살의 일이지 찬 방에서 잠자다 입이 돌아간 아버지 때문이야 오리의 뜨거운 피를 처방해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조카는 작두의 칼날 아래 오리의 목을 집어넣고 나는 작두의 손잡이를 눌렀지 그 순간의 느낌과 붉은 피에 관한 묘사는 할 수 없어 그 때부터였어 어른들이 일하러 가고 어둑해지는 시간이면 작두 옆에 도깨비가 나타났지 문고리를 붙잡고 식구들을 기다리면서 너무 무서워도 땀이 난다는 걸 알게 되었지 방망이도 뿔도 없는 도깨비 그 존재가 바로 나였음을 알게 되기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 콸콸 흐르는 붉은 피를 감당하기에 너무 어렸던 아이를 위한 참회록이야

도깨비를 보았다는 말에 함부로 웃지는 마

 

변영희∙2010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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